"진상 조사를 해봐야겠다".
삼성 라이온즈의 사자들이 시즌 첫 끝내기의 기쁨을 짓궂은 구타(?)로 표현했다.
삼성 외야수 박한이(33)는 지난 24일 대구 롯데전에서 0-1로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에서 우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삼성의 첫 끝내기 승리였다.

박한이가 2루를 밟은 뒤 많은 선수들이 박한이를 쫓아와 기쁨이 담긴 세리머니를 퍼부었다. 선수들은 박한이를 눕히고 음료수를 퍼붓는가 하면 다소 격한 발차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음날인 26일 대구 KIA전을 앞둔 박한이는 아직도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박한이는 "어제 너무 많이 맞아서 종아리가 아직도 아프다"며 사건의 주동자인 정형식, 김상수, 조동찬, 박석민 등의 이름을 나열했다.
박한이는 "어제 인터뷰를 하는데 귀가 막힌 느낌이 들어 빼보니 커다란 얼음이 들어있었다. 누군지 진상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억울한 듯 하소연해 좌중을 웃겼다. 현장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꼽힌 박석민은 "나는 음료를 뿌렸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박한이를 따라간 이승엽은 얼떨결에 같이 누워 선수들에게 맞았다. 이승엽은 "나는 손목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며 끝내기 구타에 고개를 저었다. 박한이도 "맞다 보니 옆에 (이)승엽이 형이 누워있더라"며 웃었다.
그러나 역시 끝내기 승리는 맞아도 기분이 좋다. 박한이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집에서 아내도 좋아하더라. 이 분위기를 이어가 3할은 치고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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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