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조절을 통해 한 차례 등판 기회를 더하는 가능성도 있었으나 그는 정규 로테이션 소화 속 10승 획득을 노렸다.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7년 연속 10승을 향해 배수진을 치고 나선 한화 이글스 좌완 에이스 류현진(25)은 에이스답게 유감없이 자기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2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7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9패, 25일 현재)째를 기록했다. 잔여 시즌 동안 류현진에게 남은 등판 기회는 단 한 차례. 이강철 KIA 코치(10년 연속, 1989~1998)와 정민철 한화 코치(8년 연속, 1992~1999)에 이은 세 번째 7년 연속 10승 달성에 단 한 개 차로 다가선 류현진이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잘 막아낸 류현진은 4회말 김현수에게 좌중간 안타, 윤석민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한 뒤 최준석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류현진은 이원석을 투수 앞 땅볼 처리했으나 김현수의 득점까지는 막지 못했다. 이어 최주환을 3루 강습 땅볼로 잡아내며 류현진은 4회 리드를 지켰다.

5회말 류현진은 이종욱에게 좌전 안타, 손시헌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현수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직구(142km)를 던졌고 김현수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5회까지 1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이후 류현진은 7회까지 리드를 놓치지 않는 활약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뒤를 이은 선배 송창식과 박정진도 두산 타선을 무실점 봉쇄하며 에이스의 승리를 지켜줬다.
총 93개의 공(스트라이크 62개, 볼 31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59개의 직구를 던지며 공격적 패턴을 보여줬다. 워낙 투구폼이 간결하고 부드러워 타자들이 타이밍 맞추기를 어려워하는 류현진이었으나 최고 구속은 151km에 이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7회말 2사에서 이종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바깥쪽 직구가 바로 151km의 이날 최고구속이었다. 커브 제구가 마음 같이 되지 않았을 뿐 슬라이더(10구, 스트라이크 7개-볼 3개)와 서클 체인지업(15구, 스트라이크 12개-볼 3개)도 위력을 떨치며 홈플레이트에서 꿈틀댔다.
등판 일정을 한 차례 더한다고 비난을 받을 것은 아니다. 에이스의 자존심이 달린 10승 지표가 달린 경기인 만큼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 입장에서도 류현진의 7년 연속 10승은 위안거리가 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스를 향한 특별 대우 대신 정상적인 등판을 원하며 배수진을 친 류현진은 명성에 걸맞는 명품투로 최소 목표치 10승을 향한 교두보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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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