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이 빠른 시간 안에 내 기록을 넘을 것이다. 기록은 깨지게 되어 있다".
200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김도훈(42) 성남 일화 코치의 목소리는 담백했다. 범인이라면 자신이 세운 기록이나 업적을 다른 사람이 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생긴다. 하지만 김 코치는 오히려 기록이라는 것 자체가 깨지기 위해 수립되는 것이라며 밝은 목소리를 냈다.
김 코치가 K리그서 뛴 것은 단 9시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짧지 않다. 257경기 출전에 114득점 41도움. '그라운드의 폭격기'라 불렸던 김 코치는 통산 K리그 최다득점 랭킹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0.44골이었던 김 코치보다 높은 선수는 통산 최다득점 10위권 선수 중 데얀(31, 서울, 0.61골, 115골)밖에 없다.

데얀은 지난 22일 포항과 K리그 32라운드 홈경기서 2골을 몰아 넣으며 통산 최다득점 순위에서 김 코치를 앞질렀다. 처음이 아니다. 데얀은 지난 5월 28일 100호골을 기록하며 K리그 역사상 최소경기인 173경기 만에 돌파, 기존 기록이었던 김 코치의 220경기를 경신한 바 있다.
데얀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코치가 갖고 있는 K리그 한 시즌 최다골(28골, 2003년) 경신을 목표로 설정한 것. 데얀은 "컨디션이 매우 좋고, 팀이 좋은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본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김도훈의 28골 기록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K리그 역사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김 코치는 데얀의 욕심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기록은 깨지게 되어 있다"고 운을 뗀 김 코치는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충분히 깰 수 있다. 데얀이 A매치에 다녀온 후 컨디션이 더욱 좋아지고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내 기록을 넘을 것이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김 코치는 데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술과 기량 모두가 많이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좋다. 게다가 팀 전술까지 뒷받침이 되니 데얀과 서울이 조화로운 플레이를 펼치게 돼서 좋은 성적과 기록이 나오고 있다"고 평했다.
데얀은 이번 시즌 득점왕 경쟁에서 단연 돋보인다. 2위 몰리나(16골, 서울)와 무려 8골 차다. 현재의 경기력을 봤을 때 데얀의 득점왕 수상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코치는 "팀 동료들이 데얀을 믿고 지원해서 나오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량이 있는 만큼 골을 넣고 싶어도 넣지 못하는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데얀을 다시 한 번 칭찬하며, "현재 데얀의 팀 패스의 종착점이 되고 있다. 주위의 몰리나와 최태욱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고, 게다가 자신이 공을 준 뒤 다시 받을 위치에 가 있는 영리한 플레이를 해 동료들이 패스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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