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도 좋고, 서울이라는 팀도 좋다. 그래서 당하는 거다".
흔히들 말한다. 알면서도 데얀(31, 서울)에게 당한다고. 문전 앞에서는 파괴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얀을 알기에 집중 견제를 하지만, 데얀은 언제나 웃음을 짓는다.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 언제나 자신이 K리그 최고의 공격수임을 입증한다.
특히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모습이 데얀의 K리그 역사에 있어 가장 강력하다.

K리그 데뷔 2년 차에 득점왕 경쟁에 제대로 합류했던 데얀은 두두(당시 성남, 15득점)보다 단 1골이 적어 아쉽게 득점왕에 오르지 못했다. 2009년에 다시 한 번 득점왕에 도전했지만, 이동국(전북 20득점)의 물 오른 득점감각에 묻혀 6골 차로 2위에 머물렀다.
2010년 득점이 12골에 그치며 득점력이 떨어지는 듯 했던 데얀은 2011년 완벽하게 부활, 2009년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이동국을 7골 차로 제치고 23골로 첫 득점왕에 등극했다. 내용적으로도 최고였다. 경기당 평균득점에서 0.7931골을 기록하며 유병수(당시 인천, 22골)가 2010년 기록했던 0.7857골을 경신, 역대 득점왕 중 가장 높은 경기당 평균득점을 보였다.
데얀의 해결 능력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됐다. 이미 득점 2위 몰리나(서울, 16골)와 8골 차가 나고 있다. 사실상 득점왕 자리를 굳힌 상태다. 만약 데얀이 득점왕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면 이는 K리그 역사상 최초 기록이 된다. 누구도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지 못했다. 또 김도훈 성남 일화 코치가 2003년 수립한 한 시즌 최다골 기록(28골)의 경신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 하다.
김도훈 코치는 데얀에 대한 "알면서도 당한다"는 평가에 대해 "데얀의 기량이 좋고, 서울의 전체적인 수준이 좋아서 가능하다. 그래서 알고도 당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얀과 서울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이다.
김 코치는 "서울의 선수들이 좋다보니 데얀에게 수비가 집중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골 넣는 역할을 가진 선수들이 제 때에 넣어주고 있는 것이 데얀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특히 데얀에게는 몰리나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 자신이 정작 골을 넣지 못한다면 놀라운 득점력은 생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코치도 동의했다. "가장 중요한 건 골을 넣는 선수의 기량이다. 데얀은 마지막 패스를 받아 골대 앞에 서게 될 경우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특히 어느 각도에서도 골로 연결하는 마무리 능력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며 데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코치는 데얀의 이런 득점력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인수비가 필요하다며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폭격기'로 이름을 날리던 자신의 선수 시절 가장 힘들었던 수비를 떠올린 것. "스트라이커는 골대 앞 결정적인 순간에서 대인수비로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서울이라는 팀의 특수성 때문이다.
김 코치는 "서울은 전술적으로 측면에서의 돌파가 매우 좋고, 폭을 넓게 사용하고 있다. 중앙 공격수들을 위한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미드필더들의 기량이 좋아 지원 능력도 좋다. 경기를 풀어 나가는 능력도 좋은 상황에서 데얀의 침투 능력도 좋기 때문에 골대 앞에서 강력하게 밀어 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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