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팀에게 약점을 노출해 번번이 밀린다면 한 시즌을 운영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해까지 SK를 상대하던 롯데가 그랬다. 2000년 창단된 SK를 상대로 롯데는 11년동안 통산 83승 132패 9무, 승률 3할8푼7리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이후 더욱 심해졌다. 2007년 4승 14패로 완벽하게 밀렸고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2008년에도 5승 13패로 뒤졌다. 2009년엔 6승 13패, 2010년 7승 12패로 여전히 SK만 만나면 기를 못 폈다.
지난해 롯데는 간만에 승패를 비슷하게 맞췄다. 8승 10패 1무, 여전히 상대전적은 뒤졌지만 SK와의 승패마진을 -2까지 줄였다. 2007년 무려 -1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SK 포비아'에서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7년부터 매년 SK전에서 1승씩 더해나간 것도 돋보였다.

여기에 롯데는 SK와의 정규시즌 2위 싸움에서 결국 승리를 거두며 창단이후 최초로 단일시즌 단독 2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SK는 롯데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KIA와 준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고 온 SK는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롯데를 잡아버린 것이다. 홈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줬던 롯데는 5차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결국 최종전에서 4-8로 져 1999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미뤄야만 했다.
롯데는 올해만은 'SK 포비아'를 떨쳐버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8월 중순까지 SK를 상대로 롯데는 8승 4패의 우위를 보이며 2004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SK에 상대전적이 앞설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롯데는 올해도 천적 SK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9월 연패에 빠진 롯데는 위태하게 2위를 지킨 채 SK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렇지만 18일, 19일 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2위에서 밀려났고 이후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며 이제는 3경기까지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롯데가 7경기, SK가 10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뒤집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제 롯데는 SK와의 최종 2연전을 겨냥하고 있다. 얄궂게도 올해 롯데의 정규시즌 마지막 2연전 상대는 SK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10월 2일 이후 추후일정을 발표했는데 태풍으로 연기됐던 롯데와 SK의 인천경기를 5일과 6일로 편성했다.
롯데에겐 마지막 기회다. SK와의 차이를 2경기로 유지한 채 2연전에 돌입, 모두 승리를 거둬 정규시즌 2위를 위한 대역전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또한 이 2연전에는 의미 있는 기록도 함께 걸려있다. 현재 롯데는 SK를 상대로 9승 8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만약 1승만 더 거둔다면 2004년(8승 7패 4무) 이후 8년 만에 SK상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롯데는 SK가 창단된 첫 해 11승 7패 1무로 상대전적에서 앞섰고 이후 2004년까지 단 2번만 우위를 점했을 뿐이었다.
과연 2012년이 롯데가 SK와 얽힌 악연을 떨칠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롯데가 불리한 위치에 있다. 5일부터 문학구장에서 벌어질 남은 2경기에서 그 결과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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