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용달 타격코치는 지난 5월 부임과 함께 키우고 싶은 선수로 거포 최진행과 함께 외야수 고동진(32)을 꼽았다. 만 32세로 고참급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 봤다. 9월의 고동진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자 고동진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는 예부터 가을에 강한 남자였다. 2006년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하는 등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 3할 2홈런 4타점 7도루로 펄펄 날았다. 비록 한화는 5년 연속 가을잔치가 좌절됐지만 고동진의 활약은 시즌 막판 활약은 인상적이다.
고동진은 9월 16경기에서 36타수 15안타 타율 4할1푼7리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9월 타율은 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할 만큼 고타율이다. 잘 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 기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개의 볼넷과 몸에 맞는 볼 1개까지 출루율은 무려 5할8푼8리에 달한다.

한화가 9월 18경기에 11승7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에는 고동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그는 "시즌 전부터 준비해온 게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다. 타격에는 오르내리는 사이클이 있는데 지금이 올라오고 있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8월 타율 1할9푼6리로 바닥을 친 뒤 오름새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
고동진은 4~5월 타율 3할1푼8리 2홈런 13타점으로 활약했으나 6월 중순 손목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졌고,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격감이 오른 지금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경기 출장 강행으로 투지를 불사르고 있다. 그는 "감이 좋지만 어떻게든 많은 공을 골라내 출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선구안이 좋아진 이유도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최진행과 강동우를 제외한 외야 한 자리가 아쉬웠다. 하지만 올해 고동진이 자리를 잡으며 고민의 해답을 찾았다. 어느덧 시즌 타율은 2할8푼으로 올랐고, 출루율도 3할7푼5리로 수준급이다. 강한 어깨가 돋보이는 외야 수비에서도 강점이 있다. 과거 비해 주력이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열심히 달린다.
"발이 느리지만 사인이 나는대로 열심히 뛰고 있다. 자꾸 죽어서 문제"라며 겸연 쩍은 표정을 지은 그는 "올 시즌을 마친 뒤 타격폼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욱 확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후 그동안 괴롭힌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고 보다 완벽한 상태로 준비할 계획. 그의 시선은 이미 내년을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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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