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를 읽다]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OSEN 황인선 기자
발행 2012.09.26 10: 46

- 새 책 ‘나는 뷰티를 홍보한다’ 읽어보니…화장품 회사 준비생에게 ‘딱’
스타일 전문 매체이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통 가까이의 화장품 브랜드의 보도자료를 받는다. 그 가운데 베네피트 홍보 담당자의 메일 마지막 글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웃음이야 말로 최고의 화장품입니다. 그러니 활짝 웃으세요!(Laughter is the best cosmetic. So grin and wear it!)’.
뷰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베네피트의 뷰티명언’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받았던 글귀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제아무리 질 좋은 화장품이라고 할지라도 ‘웃음’이 빠진 얼굴에선 결코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 글귀만으로도 왠지 이 브랜드의 화장품 속에는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이 느껴져, 다시 한 번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며 행사 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참 감성을 꼬집는 똑똑한 홍보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뷰티를 홍보한다’의 저자 김혜경은 기자가 늘 관심을 두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의 홍보팀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에스쁘아’, ‘에뛰드 하우스’ 브랜드 경험을 바탕으로 총 11년간 화장품 업계에서 홍보경력을 착실히 쌓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전문영어를 전공했다.
저자는 첫 직장이었던 ‘국내 화장품 회사’와 현재 머물고 있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에 두 회사 모두가 최고의 일터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즐겁게 일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전한다.
그가 화장품 홍보일에 얼마나 즐겁게 빠져 있는지는 브랜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건강검진 겸 병원에 방문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날따라 예약 시스템의 오류로 1시간 넘게 지연되어 누가 살짝 건들기만 해도 폭발하려는 상태였다. 그 때, 한껏 멋을 낸 아주머니가 예약 시간에 맞춰 왔으니 당장 들여보내주라며 간호사에게 심하게 떼를 썼다. ‘나보다 저 아줌마를 더 빨리 들어가게 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라고 속 끓이고 있는 찰나였다.
하지만 저자는 아주머니가 회사의 대표 제품인 틴트를 꺼내서 거울을 보며 바르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센스 있는 멋쟁이 아주머니, 저보다 먼저 들어가셔도 괜찮아요’라는 생각이 들며 눈 녹듯 마음이 확 누그러지더라고 고백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공개된 그의 파우치를 보고 한 친구는 “너 정말 모두 베네피트 제품만 쓰는거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서 한 수 더 나아가 그는 친구들에게 제품 몇 개를 선물로 주며 다 사용하고 나서 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또 브랜드 홍보를 한 셈이다.
저자는 매일같이 브랜드 생각에 빠져 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순환 과정을 통해 더욱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당당하게 ’베네피트와 나는 지금 365일 연중무휴 연애중’이라고 외친다.
이런 저자의 애정은 화장품 홍보를 꿈꾸는 ‘새내기’에게로 이어진다. 그는 화장품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 이들이 재학 중에 해야 하는 딱 한 가지를 물어본다면 ‘인턴’이라며, 단순하게 회사 견학이나 견습 또는 '스펙 쌓기'의 목적이 아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길목으로 여기길 바란다고 충고한다.
더불어 주목받는 이력서를 위한 애티튜드부터 화장품 회사의 면접을 앞두고 준비하면 좋을 ‘PPL 광고 숙지’, ‘제품 테스트하기’, ‘첫 인상을 결정하는 것’ 등의 가벼운 팁도 호기심 가득한 후배들을 위해 잊지 않고 챙기는 섬세함을 보인다.
덧붙여 저자는 ‘내가 바로 명품’이란 점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그가 말하는 명품은 ‘비싼 옷’, ‘비싼 가방’이 아니다. 내가 바로 브랜드이며, 내 스타일이 곧 명함이라는 것. 실제로 그는 업계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우아한 콘셉트 브랜드의 담당자가 ‘블랙 트위드 재킷’을 입고, 백 스테이지의 화려한 콘셉트 브랜드 담당자가 ‘반짝이는 액세서리로 한껏 분위기를 낸 스타일'을 선보였을 때,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이 사람은 정말 일을 즐기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문득 공자가 논어에서 했던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자의 11년 외길을 버티게 할 수 있던 원동력은 ‘즐겼기 때문’ 아닐까. 페이퍼북 펴냄. 155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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