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상 아주 깔끔한 경기는 아니었다. 6이닝을 ‘아픈 곳 없이’ 소화했다는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4실점을 했다는 것은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김광현(24·SK)의 복귀전은 그렇게 빛과 그림자를 모두 남겼다.
김광현은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4실점했다. 장단 13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도움을 받아 8승째를 따내며 기분 좋게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팀 사정상 승리 여부보다는 투구 내용에 더 비상한 관심이 모인 경기였다.
시작은 깔끔했다. 첫 타자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았다. 147㎞짜리 직구였다. 힘이 있어 보였다. 정의윤도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번에는 낙차 큰 커브로 타이밍을 완전히 뺏었다. 2회에 1실점했지만 큰 흠은 없었다. 1사 1루에서 이병규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커브를 던졌는데 우전안타를 맞았다. 김광현이 잘못 던졌다기보다는 이병규가 잘 친 상황에 가까웠다.

하지만 3회부터는 볼끝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변화구가 한 가운데 몰리는 모습도 몇 번 나왔다. 김광현도 "실투가 많았다"고 인정했다. 결국 4회에 안타 3개를 맞고 1점을 줬다. LG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었다. 5회에는 2사 후 정의윤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고 박용택에게 우중월 2점 홈런을 맞았다. 슬라이더가 덜 꺾여 가운데로 몰렸는데 박용택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광현은 6회까지 83개의 공을 던진 후 7회 이재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8일 만의 복귀전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이었다. 9월 7일 광주 KIA전(2⅓이닝 7실점) 당시 중계를 맡았던 양상문 MBC SPORTS+ 해설위원은 “그 경기는 잘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구속, 제구, 변화구 각도가 모두 나빴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25일 경기 후에는 “지난 경기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좋아진 부분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이었다. 김광현이 던진 83개의 공 중 슬라이더는 33개(39.8%)였다. 직구(35개)와 거의 같은 비중이었다. 슬라이더의 최고구속은 141㎞까지 나왔다. 제구도 비교적 잘 됐다. 33개 중 스트라이크는 23개였다. 높낮이도 적절했다. 박용택에게 홈런을 맞은 실투 하나가 아쉬운 정도였다.
많은 변화구를 쓰기 보다는 확실한 슬라이더로 밀고 나갔다. 한창 좋을 때의 패턴이다. 김광현도 경기 후 “올 시즌 슬라이더가 좋지 않다보니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오늘은 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양 위원도 “슬라이더는 위력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6이닝을 던진 이후 별다른 통증이 없었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김광현은 경기 후 “아픈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만 투구 후 몸 상태는 괜찮다”고 했다. SK 벤치도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성준 투수코치는 “그렇다면 다음 등판에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은 남은 일정에서 1경기 정도 더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김광현은 “희망을 봤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빛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한계라는 그림자도 봤다. 김광현의 이날 최고구속은 148㎞가 나왔다. 하지만 1회 보여줬던 직구의 힘을 경기 중반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복귀전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중간중간 제구가 크게 빗나간 원인이다. 우타자 몸쪽 승부가 적었던 것도 아쉬웠다. 가운데 몰린 직구는 여지없이 맞아 나갔다.
지금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김광현은 사실상 재활과 출전을 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여건에서 최대한의 능력치를 뽑아내는 것은 여전히 김광현과 SK의 숙제로 남아있다. “희망을 봤다”는 김광현이 그 희망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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