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허정무 감독 시절은 물론 현 최강희호에서도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중앙 수비수로 활약해 온 이정수(32, 알사드)가 이란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만큼 이정수의 낙마는 이동국의 탈락 못지않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정수(A매치-53경기, 5골)는 지난 2008년 3월 북한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뒤로 대표팀을 휩쓸고 간 온갖 풍파 속에서도 변함없이 부름을 받는 등 가장 단단한 입지를 자랑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이 발표한 이란전 26명의 명단에 이정수의 이름은 없었다. 왜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최강희 감독이 직접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장들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듯 지난 우즈베키스탄전(2-2)에서의 실망스런 경기력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정수는 어김없이 주장 곽태휘와 호흡을 맞췄지만 모두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에게 허용한 2골이 전적으로 플랫4의 잘못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코너킥 상황에서의 연이은 실점과 역습 시의 불안정함이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이정수 카드를 버리는 결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나 이번 경기가 이란 원정임에도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그를 뽑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다른 사정과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론 '곽태휘-이정수' 카드를 계속 끌고 나가기보다는 사실상 곽태휘를 중심에 놓고 황석호(23, 히로시마) 김영권(22, 오미야) 정인환(26, 인천) 등 젊은 피의 새로운 조합을 꾸려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정수의 이번 낙마가 지속적인 배제를 의미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공격 포지션과는 달리 수비, 특히 중앙 수비는 한번 정착되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이정수 같은 베테랑 선수를 내쳤다는 점에서 최강희 감독의 변화 의지는 제법 커 보인다.
이정수의 탈락과 함께 이제 곽태휘와 함께 짝을 이룰 다른 나머지 자리는 황석호와 김영권, 정인환이 다투게 됐다. 이정수 카드를 버린 최 감독의 결단이 과연 이란전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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