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후반기 호투비결, '괄목상대' 수비에 있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26 18: 08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운 한화 이글스 류현진(25)은 전반기까지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빈약한 타선지원과 야수들의 실책, 그리고 구위하락이 겹치면서 전반기 15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3.51에 그쳤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노리는 류현진에게 전반기는 '악몽'과도 같았다.
그랬던 류현진이 후반기에는 다시 괴물같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11경기에서 류현진의 성적은 6승 4패 평균자책점 1.85, 한창 좋았던 2010년보다 오히려 좋은 공을 던지고 있다. 25일 잠실 두산전에선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9승 째를 챙겨 두 자릿수 승리에 성큼 다가섰다. 특별한 부상이 없었던 류현진이 후반기 갑자기 달라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한화 한용덕(47) 감독대행은 "달라진 수비가 류현진 호투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전반기에는 얼토당토 않은 타구가 안타가 되고 또 점수를 내주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되면서 현진이도 지쳐 지레 포기를 한 것"이라는 것이 한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로 전반기 48개의 실책을 기록했던 한화는 후반기 17개의 실책만 범해 수비가 부쩍 좋아졌다고 평가 받는다.

한 대행이 후반기 한화의 수비가 달라진 게 류현진 부활의 비결이라는 걸 확신한 계기는 오재필과 고동진의 호수비였다고 한다. 류현진은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날 외야에서 오재필과 고동진이 호수비를 펼쳤는데 그걸 계기로 류현진의 투구가 갑자기 안정을 찾았다는 게 한 감독의 증언이다.
투수는 수비에 따라 심리상태가 크게 좌우된다. "(류현진이) 잘 맞은게 호수비로 이어지니까 속으로 '어, (수비) 괜찮은데?'라고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런 수비가 몇 개가 나오니까 현진이이 투구가 계속 좋더라"고 말한 한 감독은 "후반기에 우리 팀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예전이면 내야안타 줄 타구도 아웃으로 처리한다. 그럴 때마다 현진이가 '붕붕' 날아다닌다"라며 웃었다.
또한 한 감독은 수비 덕분에 류현진이 페이스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가 경기 내내 100의 힘으로 던질 수 없다. 결국 체력안배를 해가며 던져야 하는데 현진이가 수비를 믿고 편하게 던지니 결과도 좋아지고 있다"고 한 감독은 설명했다.
앞으로 류현진은 1경기 정도 더 등판이 가능하다. 10승 달성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한 판, 한 감독은 "4경기 가운데 현진이가 나가고 싶다는 경기에 투입시킬 것이다. 예전에는 현진이 나오면 상대방이 피했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은 가보다"라며 제자의 10승 달성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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