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에서 애국가 들어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이보근(26)이 평소 장난처럼 드러내던 선발 소원을 실현시켰다.
이보근은 지난 22일 목동 KIA전에 선발 등판, 4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이보근의 이날 선발 등판은 프로 데뷔 후 세 번째다.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한 차례 선발로 나왔던 이보근은 2009년 5월 20일 대전 한화전(2⅓이닝 5실점)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다.

26일 목동 SK전을 앞두고 이보근은 "처음에 정민태 코치님이 김성갑 코치님과 이야기 나누신 후에 선발을 제의하셨다. 이전 두 번은 원정경기였기 때문에 마운드 위에서 애국가를 처음 들어봤다. 1221일 전만큼 떨리지는 않았다"고 선발 등판 소감을 밝혔다.
이보근은 4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졌다. 그는 "처음에 80개만 던지자고 이야기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5이닝은 될 줄 알았는데 KIA 타자들이 파울 커트를 잘 하더라. 5이닝 채웠으면 더 좋았겠지만 데뷔 후 80개를 처음 던져봤다는 점에서 조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4이닝은 주로 불펜으로 나선 이보근의 데뷔 후 최다 소화 이닝 타이 기록이다. 그는 "4이닝을 다 생각하지 않고 한 이닝씩만 잘 막고 내려오자고 마음 먹었다. 3회까지 잘 됐는데 4회 2점을 내준 게 아쉽다"고 전했다.
사실 올 시즌 모든 것이 아쉬운 이보근이다. 올해 이보근은 26경기에 나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4.74를 기록하고 있다. 제구와 구위가 지난해만 못하면서 2군에도 다녀오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선발 등판 기회는 장효훈이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되며 돌아갔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팀 성적이다. 이보근은 "이번에는 정말 4강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팀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올해 팀이 잘 나갈 때나 또 팀이 주춤할 때 등 나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넥센은 그날 신현철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4-5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깜짝 선발로 나선 이보근은 4이닝을 2실점으로 무난하게 막으며 승리에 발판을 놨다. 김성갑 넥센 감독대행은 이보근을 한 번쯤 더 선발로 써보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본인은 극구 싫은 별명이라고 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여전히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는 이보근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