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위 박병호, '양과 질' 두 토끼 잡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27 06: 41

홈런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영양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양’도 많고 ‘질’도 좋다면 금상첨화다. 홈런왕을 예약한 박병호(26·넥센)가 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주인공이다.
박병호는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일찍이 인정받았던 거포로서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박병호는 26일 현재 타율 2할9푼에 30홈런 100타점, 장타율 5할6푼4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타점·장타율 모두 선두고 2위와의 격차를 고려할 때 수성이 유력시된다. MVP 입후보 때 제출할 '영수증'으로는 충분한 성과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홈런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밟은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그 30개의 홈런을 뜯어봐도 가치가 크다. 올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최정(SK·24개) 박석민(삼성·23개) 강정호(넥센·22개) 이승엽(삼성·21개)와 비교해 봐도 잘 드러난다. 요약하면 더 멀리, 다양한 방향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홈런을 날렸다.

▲ 평균 118.2m 날았다
박병호의 힘은 자타가 공인한다. 성남고 시절부터 힘은 장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야구에서는 전무후무한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도 박병호다. 올 시즌 홈런의 평균비거리도 으뜸이다. 박병호는 평균 118.2m의 비거리를 기록했다. 6월 14일 목동 KIA전에서는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135m짜리 대형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올 시즌 타구를 135m나 날려 보낸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했다.
강정호는 117.3m, 박석민은 117.2m로 박병호에 조금 못 미쳤다. 이승엽은 114m, 최정은 113.8m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넘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홈런이지만 비거리가 길다는 것은 구장 환경과 관계없이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실제 박병호는 올 시즌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가진 17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치는 등 전 구장에서 손맛을 봤다. 홈에서 40%, 원정에서 60%의 홈런을 때렸는데 절반 이상의 홈런을 목동에서 기록한 팀 동료 강정호와 차이가 있다.
박병호의 힘은 타구방향에서도 증명된다. 박병호는 좌측 13개, 좌중간 5개, 중앙 5개, 우중간 4개, 우측 3개로 고르게 홈런을 터뜨렸다. 밀어서 때린 홈런이 23.3%나 됐다. 잡아당기지 않고도 넘길 수 있는 힘을 과시한 것이다. 최정은 12.5%, 강정호는 9.1%, 박석민은 8.7%였다. 이승엽이 23.8%로 박병호보다 약간 앞서 있지만 이승엽의 중월 홈런은 1개로 박병호(4개)보다 비중이 적다. 
▲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지 마라
모든 홈런은 투수를 성가시게 한다. 그 중에서도 볼 카운트가 유리하다고 생각했거나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맞는 홈런은 스트레스가 두 배다. 심지어 피홈런 후에 급격히 흔들리기도 한다. 박병호의 홈런은 이런 측면에서도 영양가가 높았다. 2사 이후 홈런이 많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일발장타로 반전을 이뤄내곤 했다.
박병호는 볼보다 스트라이크가 많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0%의 비율이다. 박석민은 17.4%, 이승엽은 14.3%, 강정호 13.6%, 최정은 8.3%였다. 노림수가 발전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는 스윙을 유지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볼과 스트라이크가 같은 상황에서는 10개의 홈런이 나왔다. 자신이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홈런의 53.3%를 쳤다.
2사 이후에도 홈런이 많았다. 박병호의 2사 이후 홈런은 11개, 비율은 36.7%였다. 박석민(39.1%)만이 박병호보다 앞서 있고 나머지 세 선수는 20%에의 비율을 나타냈다. 이닝별로 따져도 홈런이 터진 시기는 다양했다. 박병호는 1~3회에서 11개, 4~6회에서 10개, 7~9회에서 9개를 터뜨렸다. 거의 차이가 없다. 이처럼 박병호는 올 시즌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타자였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에 투수들이 끝까지 새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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