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신에이스 4인방, WBC 청신호 밝힌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27 08: 45

2012 시즌 새롭게 떠오른 토종 에이스 4인방이 2013 WBC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올해 삼성 장원삼, 두산 이용찬‧노경은, KIA 김진우는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비로소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하기 시작했고 이대로라면 2013 WBC 승선이 유력하다.
장원삼은 지난해 아시아시리즈 MVP 수상을 계기로 한 단계 진화했다. 올 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달리고 있으며 삼성이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하는데 일등공신으로 자리 중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4점대로 주춤하는 듯했지만 9월 등판한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4로 다시 궤도에 올랐다.

150km대 직구를 꽂는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존 양 끝을 걸치는 슬라이더가 ‘긁히는 날’에는 상대 좌타자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 올 시즌 들어 경기운영 능력도 향상되면서 구위가 안 좋아도 마운드에서 버티는 모습도 보였다. 이미 지난겨울 아시아시리즈 결승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소프트뱅크 타자들을 압도한 만큼, WBC에선 일본전 필승카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용찬은 올 시즌 풀타임 선발 첫 해부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2009시즌부터 2년 동안 51세이브를 올리며 두산의 뒷문을 지켰던 이용찬은 지난해 5월부터 선발투수로 전환,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장착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경험부족으로 경기 초반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기복을 줄였고 2011년 9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선 6⅔이닝 동안 개인최다 10탈삼진으로 미래를 기대케 했다.
결국 올 시즌 10승 10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하며 보직전환 후 1년 만에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가 됐다. 무엇보다 선발투수로서 경기운영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는데 지난해 결정구로 활용했던 스플리터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상대 타자와의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한다. 스플리터 외에도 커브와 슬라이더의 제구가 좋아졌으며 직구의 구위와 컨트롤도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프로 입단 후 국제대회 출장 경험이 없는 이용찬에게 2013 WBC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며 한국팀 전력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 노경은은 프로 10년차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지난 시즌 150km대 직구와 140km대 고속 슬라이더의 힘 있는 투구를 앞세워 정상급 불펜 투수로 떠오르더니 올 시즌에는 선발투수로 일을 내고 있다. 8년차까지 좀처럼 제구력이 잡히지 않았고 잇따른 부상까지 겹쳐 구위마저 잃어버리는 듯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인간승리를 이뤘다.
임시선발로 등판한 지난 6월 6일 잠실 SK전에서 6⅔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선발진에 합류한 후에는 오프스피드 피치에 눈을 뜨며 승승장구 중이다.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에서 벗어나 포크볼과 커브도 자유롭게 구사하며 상대 타선을 압도한다. 최근에는 4경기‧33이닝 무실점으로 올 시즌 토종 우완투수 중 가장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26일 잠실 한화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거둔 노경은은 11승 6패 평균자책점 2.58을 올리며 토종 선발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달성했다.   
5년 만에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김진우는 올 시즌 재기에 성공, 단숨에 KIA 마운드의 주축이 됐다. 신인 첫 해부터 두 자릿수 승을 올리며 KIA의 미래로 꼽혔지만 마운드 밖에서 꾸준히 불협화음을 냈다. 결국 2007년 7월 선수단 무단이탈을 시작으로 기나긴 방황의 길을 걸었고 이렇게 또 하나의 유망주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작년 6월 우여곡절 끝에 1군 마운드를 밟았고 올 시즌 선발투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무엇보다 1군 복귀 1년도 안 돼서 전성기의 구위를 회복, 140km 후반대 직구와 리그 최정상급 파워커브로 괴물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 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6년 만에 두 자릿수 선발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2002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당시에는 팀의 주축이 아니었다. 2013 WBC 승선은 김진우의 부활에 방점을 의미할 것이다. 
사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WBC 위기론이 제기됐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09 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 마운드를 지켰던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집단 부진에 빠지면서 당시만 해도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소화할 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토종 신진세력의 등장으로 대표팀은 새로운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100%의 컨디션을 찾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다. 실제로 류현진이 시즌 막판 '괴물' 모드로 돌아왔고 윤석민도 26일 대구 삼성전서 완봉승을 거뒀다. 김광현은 어깨부상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스트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장원삼 이용찬 노경은 김진우 모두 불펜 경험이 있기 때문에 WBC에서 스윙맨으로 힘을 보탤 것이다. 2012 토종 신진세력의 등장은 이래저래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3 WBC에서 대표팀은 4강 진출을 위해 쿠바와 일본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칠 전망. 지난 2번의 대회에서 대성공을 거둔 대표팀의 성패는 이들 신진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