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좌완투수인 류현진(25,한화 이글스)과 김광현(24,SK 와이번스)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김광현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적이 하락, 2년 째 고전을 하고 있지만 두 명의 젊은 좌완투수는 각 팀을 상징하는 '슈퍼 에이스'와도 같았다. 당연히 에이스의 맞대결을 팬들은 바랐으나 아직 정규시즌에선 단 한 번도 맞붙어보지 못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건 2010년 올스타전에서 각각 동군과 서군의 선발투수로 나서 처음으로 성사됐다. 하지만 두 투수는 한창 정규시즌 중이었기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나란히 대량실점을 해 싱겁게 끝이 났다. 이어 2011년 3월 15일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시범경기에서도 두 명은 맞붙었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선 두 투수의 맞대결이 벌어지지 않았다. 단 한 번, 2010년 5월 23일 선발로 예고됐으나 경기가 비로 연기되며 흐지부지됐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 모두 등판하면 팀으로서는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에이스 카드다. 괜히 강한 투수끼리 맞붙이는 것보다 두 선수를 엇갈리게 하는 쪽이 양 팀 모두에게 이득이다. 여기에 유독 둘의 선발 로테이션은 겹치지 않았다.
▲ 키는 한화, 그리고 류현진에 달렸다
25일 경기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은 나란히 등판, 약속이나 한 듯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즌 9승 9패 평균자책점 2.76이 됐고, 김광현은 8승 4패 평균자책점 4.50이 됐다. 둘 다 시즌 10승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등판했기에 정상적인 로테이션대로 간다면 다음 등판일도 같을 수 있다. 마침 다음달 1일과 2일 한화와 SK는 대전에서 2연전을 벌인다. 만약 1일 두 명의 투수가 나란히 등판한다면 5일씩 쉬고 나오는 것이기에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키는 류현진의 선택에 달렸다. 한화는 현재 8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류현진은 그 가운데 앞으로 한 경기에만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럼 류현진의 등판은 다음달 1일과 2일 대전 한화전, 혹은 3일 대전 KIA전, 4일 대전 넥센전이 될 수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은 류현진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 성사 가능성을 묻자 "현진이에게 (10월) 4경기 가운데 상대방을 고르라고 말했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예전이었으면 상대팀에서 류현진 선발일을 피해 갔는데 이제는 그대로 맞받아친다"고 입맛을 다셨다.
▲ 류현진의 반응, "뭐하러 지금 붙어요"
26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류현진은 김광현과의 맞대결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맞대결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 류현진은 "뭐하러 지금 붙는가. 둘 다 최고였을때 붙고 싶다"고 했다.
특히 1년 후배 김광현을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광현이가 아팠다가 이제 올라왔는데 (나랑 맞대결을 하면) 또 신경써서 던질 것 아닌가. 광현이는 플레이오프도 해야 하는데 나랑 던지면 완전치 않은 상태라서 다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류현진도 김광현과 자웅을 겨루고 싶은 마음은 얼마든지 있다. 최고의 좌완을 가려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부상에서 갓 복귀한 김광현과 일부러 맞대결을 벌여 만약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걸 알고 있다. "뭐하러 지금 붙는가"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 'PO 준비하는' SK도 "굳이 맞대결 할 이유가…"
팬들은 두 좌완의 맞대결을 고대하지만, 현장에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류현진이 김광현과 맞대결을 벌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듯이 SK 역시 한화전에 김광현을 내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26일 경기 전 SK 이만수 감독 역시 "굳이 무리시키지 않겠다"며 "무리하게 등판 일정을 짜지는 않겠다. 아무래도 류현진보다는 포스트시즌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명분 뿐인 류현진-김광현 좌완 맞대결을 성사시키는 쪽 보다는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정규시즌 2위싸움,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쪽이 팀에 이득이 된다는 판단이다.
결국 '야구의 신'은 2012년에도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광현이 내년 구위를 다시 회복해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그게 류현진, 김광현, 그리고 야구 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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