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지난 7월 15일 싸이가 신곡 '강남스타일'을 발표하고, 모든 음원사이트 1위를 휩쓸며 '올킬'을 기록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올킬'만으로도 데뷔 이후 최고 높은 성적을 기록한 그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러던 그가 불과 두달여 만인 27일 미국 빌보드 2위를 기록했다. 그의 말대로 매일 매일이 '트루먼쇼'의 일환은 아닐까 싶은, 놀라운 성적이다.

쟁쟁한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국내 차트를 휩쓴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강남스타일'은 7월말경 유튜브에서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Y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빅뱅, 2NE1 팬들이 해외에 이미 구축된 K-POP 팬들에게 이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이내 뮤직비디오가 미국 내 유명 사이트에 게재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등 유명 연예인이 트위터에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했고, 지난 8월3일 CNN이 싸이의 말춤을 보도하면서 '강남스타일'의 유명세는 본격 궤도에 올랐다.
미국 톱아이돌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의 러브콜을 받은 싸이는 8월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뜬 코믹한 인물이었던 그는 공식 계약을 통해 미국 '강제 진출' 가수 1호가 됐다. 저스틴 비버, 칼리 레이 젭슨 등이 속한 스쿠터브라운프로젝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한국,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음반 유통 계약을 체결한 것. 탄력을 받은 싸이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 초청돼 무대에 올라 '죽이지?'라는 한국어 멘트로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잠깐 들렀다 다시 나간 싸이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미국 NBC 간판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 것.
지난 10일 녹화된 미국 NBC '엘렌쇼'에서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말춤을 가르쳐 주는 장면은 미국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가 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말한 "드레스 클래시, 댄스 치지( )"는 널리 회자됐다.
지난 14일 방송된 NBC '투데이쇼'는 뉴욕 한복판에서 싸이가 한국어로 '강남스타일'을 불러 길을 가던 뉴욕 시민들이 말춤을 따라추게 하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인기 프로그램 출연의 효과는 즉각적이었고, 싸이는 15일 미국 아이튠즈에서 드디어 1위에 올랐다.
싸이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난 25일 한국으로 돌아온 상황. 미국 라디오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오는 데다 아이튠즈 순위도 여전히 높아 빌보드 1위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힘을 받아왔다. 아쉬운 건 아직 앨범 세일즈가 없다는 것. 공식 첫 앨범은 오는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싸이가 반짝 스타로 그칠 것인지, 걸출한 팝스타로 자리 잡을 것인지 관심이 높은 모양. 지난 25일 미국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싸이가 제2의 저스틴 비버가 될까, 레베카 블랙이 될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싸이가 2013년 셀러브리티 100인 명단에 들지 못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만일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쿠터 브라운의 도움을 받아 영어로 된 멋있는 춤과 재미있는 뮤직비디오, 좋은 노래를 만들어낸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싸이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톱스타가 된 저스틴 비버와 반짝 스타로 주저앉은 레베카 블랙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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