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닥터진', SBS '신의' 등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사극의 성적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유명 감독과 거대 제작비를 내세운 두 편의 신규 사극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MBC는 내달 1일 장편사극 ‘마의(馬醫)’를 첫 방송한다. 거장 이병훈PD의 작품인 ‘마의’는 ‘허준’, ‘대장금’을 잇는 의학코드 사극으로 하반기 MBC의 기대작이다.
‘마의’는 수의사에서 어의의 자리에까지 오른 실존인물 백광현을 그리는 작품. 이 캐릭터의 옷을 입는 건 배우 조승우다.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TV드라마에 출연하는 조승우의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마의’가 주목받기에 충분한 이유다.

시간에 쫓기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탓에 그간 출연을 멀리해왔던 조승우가 ‘마의’를 선택한 이유도 거장 이병훈PD에 대한 믿음 때문. 조승우 외에도 여자 주인공 강지녕 역을 맡은 이요원 역시 출연 소식을 전하며 연출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만드는 작품마다 대중적 호응과 함께 전 연령대가 두루 볼 수 있는 따뜻한 감동 드라마를 그려왔던 이병훈 PD에게 이번 ‘마의’는 오히려 그의 전작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추세다.
하반기 안방극장의 기대작은 또 있다. SBS가 제작비 200억 원을 투입해 만드는 새 수목드라마 ‘대풍수’가 그 주인공. 지난 26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대풍수’는 풍수지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맛깔나게 버무린 솜씨로 거대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위용을 자랑했다.
‘대풍수’는 고려말 조선초 왕조교체기를 배경으로 조선 건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조명하는 드라마다.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도사들의 활약을 다루는 가운데 명리·지리·관상 등 흥미로운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재가 아닌 드라마가 다루는 풍수란 과학이 발달하기 전 자연과의 대화 창구이며, 팍팍한 현실에서 민초들에게 희망이 되는 유용한 정보다.
특이점은 또 있다. 여타 작품에서 조선 건국의 영웅으로 그려진 이성계가 이 드라마에서는 기생들과 시시덕거리며 음담해설을 주고받는 인물이자 왕조를 뒤집어버린 무뢰배로 등장하는 것. 그간 승리자의 관점에서 미화돼 온 이성계를 고려인의 시각에서 낱낱이 해부하는 것도 ‘대풍수’에 관심이 모이는 또 다른 이유다.
이 외에도 ‘대풍수’에는 그간 선한 역할을 주로 이어오던 배우 송창의와 이윤지가 강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악인 캐릭터를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첫 방송은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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