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전도 아니고 팽팽한 접전도 아니었다. 지난 26일 목동에서 SK 와이번스는 넥센 히어로즈에 7-2로 승리했다. 선발투수는 약 2달만에 마운드로 돌아와 호투했고 타자들은 11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이날 경기 후 방송 인터뷰는 8회 중간 계투로 나선 좌완 박희수(29)의 몫이었다.
박희수는 이날 1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1볼넷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2홀드를 기록했다. 그는 2006년 홀드왕을 차지했던 권오준(삼성)과 시즌 최다 홀드 기록에 이름을 같이 올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한 시즌에 30홀드를 넘긴 것은 권오준과 박희수 뿐이다.
그동안 중간 계투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프로야구가 선발 야구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선발 투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많이 돌아갔고 아니면 이날 활약한 타자들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박희수는 이날 당당하게 기록을 세우고 중간 계투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박희수는 이날 경기 후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줘서 이기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나가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타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는 겸손함을 보였다. 박희수는 홀드 기록에 대해 "아직 실감이 안난다. 33홀드를 기록하면 그때 기분이 날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 박희수는 팀의 125경기 중 62경기에 나와 7승1패 6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중이다. 거의 절반 가까운 경기에 나와 45번이나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가 비면서 홀드를 포기하고 세이브를 거뒀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적도 있지만 다시 돌아와 꾸준히 홀드를 쌓았다.
남은 시즌 박희수의 홀드가 하나씩 쌓일 수록 우리나라 중간 계투의 새 역사가 된다. 박희수가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시즌을 넘어 프로야구 최고의 중간 계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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