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할리우드 SF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돼왔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이처럼 흥미진진했던 적이 얼마만이던가.
27일 서울 롯데입구 건대시네마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공개한 영화 '루퍼'는 늘상 스크린을 통해 봐왔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배우들의 훌륭한 앙상블, 그리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비주얼 등과 함께 세련되게 버무려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루퍼'는 가까운 미래, 2044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완벽한 증거 소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미래의 조직들은 제거 대상들을 2044년에 활동하고 있는 루퍼라는 킬러들에게 보내는 것. 사건은 킬러들 사이에서도 탁월한 임무수행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킬러 조(조셉 고든 레빗)에게 미래의 자신이 타겟으로 보내지면서 시작된다.

미래의 조는 레인메이커에 의해 살해당한 아내를 다시 살려내고자 과거로 돌아온 것. 미래에서 온 자신을 죽여야만 사는 현재의 조와 아내의 복수를 해야만 하는 미래의 조가 만나 피할 수 없는 시간 전쟁을 벌이게 된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시간암살자'라는 독특한 소재. 시간암살자라는 소재는 SF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아무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나타난 타깃을 처리하는 루퍼의 모습은 단연 압권.
게다가 현재와 미래의 동일 인물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설정 역시 '루퍼'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드는데 톡톡한 몫을 해내고 있다. 미래에서 온 조와 현재의 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선 숨을 죽일만큼의 긴장감이 흐른다.
사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시대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관객들의 쉬운 이해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루퍼' 역시 그렇다. 처음엔 다소 어리둥절할때도 있다. '어떻게 된거지', '이 장면은 뭔가' 생각하게끔 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루퍼'는 관객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스토리로 관객들의 걱정을 사라지게 만든다. 숨막히는 전개에 언제 그랬냐는듯 관객들은 극에 몰입한다. 그야말로 눈 한번 깜빡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
더불어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가 펼치는 연기 앙상블은 더할나위 없이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 하다. 다소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킬러 조에서 미래에서 온 자신을 죽이기 위해 시간전쟁을 벌이는 조셉 고든 레빗의 모습은 할리우드 떠오르는 스타답게 완벽하다. 더군다나 자신과 2인 1역을 연기하는 브루스 윌리스와 비슷한 생김새를 위해 매일 세 시간씩 분장을 하는 노력도 보였으니 영화에서 펼쳐지는 조셉 고든 레빗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전세계 관객들이 열광했던 '인셉션'을 아마 대부분의 영화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천재적인 스토리와 압도적인 비주얼은 SF 영화의 획을 그었다고 평을 받았을 정도였다. '인셉션'이 나온 해가 지난 2010년이었으니 약 2년 만에 '인셉션'에 대적할 만한 작품이 등장했다. 그동안 시간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세련된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영화들이 많았지만 이를 '루퍼'가 말끔히 해결해 줄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영화 '브릭'을 통해 제 21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 19회 시카고 비평가협회 유망감독상 등을 수상한 라이언 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루퍼'는 오는 10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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