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 보기엔 까칠해 보였지만 ‘인생’을 논했다'
인기리에 종영된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방말숙 역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미움도 받고 사랑을 받은 배우 오연서(25)를 취재했다.
90도 바른 인사로 기를 죽이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땐 거침없이 피사체로서의 역할을 해낸 오연서는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아가씨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지금의 바쁜 스케줄에도 감사할 줄 알고 지금 현재를 가장 소중하게 느끼고 즐기고자하는, 모든 것을 ‘현재 진행형’으로 사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국민밉상 시누이를 넘어서 ‘하지원’을 논하는 그와 소탈하고 톡톡 튀는 대화를 해봤다.
◆ 말숙이에 빙의돼 마음껏 연기했다
“밉상 캐릭터 말숙이가 제겐 참 사랑스러웠어요. 연기하면서 초반엔 얄미워만 보여서 내가 너무 세게 연기했나 싶었죠. 그리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가 제 과제였어요. 그런데 처음 이 캐릭터를 만났을 때 느꼈던 ‘내꺼다’라는 운명적인 느낌을 믿고 망가질 때 망가지니까 부담이 없더라고요.”(웃음)
말 그대로 ‘신나서’ 촬영을 했다는 오연서는 폭염 속에서 넘어지고, 노숙하고, 소리를 마구 지르는 다소 와일드한 연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소진됐다. 마구 구르면서 발목 같은 곳도 부상이 왔고.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워낙 잘 써주셔서 그대로만 하는 것도 벅찼던 것이 사실이에요. 장용, 윤여정, 김남주, 유준상 선배님 등 많은 분들의 연기하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현장에서 많이 배웠죠. 정말 복 받은 거죠.
이렇게 남에게 공을 돌린 오연서는 “말숙이라는 캐릭터가 힘이 있어서 다른 연기자가 했어도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셨을 거다”라면서 “한 눈에 알아봤고 오디션 두 번 보고 떨어졌지만, 놓치고 싶지 않아 졸라서 다시 오디션을 봤다. 그렇게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전엔 이렇게 어필을 했던 적이 없었어요.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했죠. 그런데 잠이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세 번째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무조건 '잘 할 수 있다’고 우격다짐으로 밀어부쳤어요. 사실 연기자로서 창피할 수도 있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했나 모르겠네요.”(웃음)

◆ 말숙이에게 세광이란? “Power of love"
국민밉상 시누이 말숙이라는 캐릭터와 자신과의 싱크로율을 물으니 성격적으론 비슷했지만, 남자친구에게 ‘우쭈쭈’하며 애교 섞인 행동을 하는 것과 연애관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오연서는 “원래 보이시하고 캐주얼한 옷을 주로 입는데 이번 촬영하면서 한 풀이 하듯 원피스를 비롯해서 예쁜 옷이란 옷은 다 입어본 것 같다”면서 “여자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애기야’, ‘우쭈쭈’ 하는 이런 상황들이 낯간지러웠는데 의외로 그러시는 분들이 많더라”고 웃었다.
“말숙이에게 세광이는 ‘Power of love', 말 그대로 사랑의 힘, 그 자체죠. 세광이하고의 사랑을 집안에서 반대하니까 노숙도 하고 했잖아요. 저 같으면 정말 세광이랑 헤어질래요.(하하) 전 떡볶이 먹을 돈 밖에 없으면 떡볶이 먹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누군가를 좋아해서 제 것을 버리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직까진 해본 적이 없어요.”
이어 그는 말숙이의 새언니 윤희(김남주)에 대한 구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오연서는 “새 언니한테도 어쩜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건지. ‘오빠 같은 오빠 만난 것을 행복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훈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갔다”면서 “이젠 ‘밉상’ 캐릭터는 괜찮은데 남을 괴롭히지 않는 역할이면 좋겠다. 못되고 악녀여도 좋은데 남한테 해는 안 끼쳤으면 좋겠다”면서 화통하게 웃었다.

◆ 어린 나이에 데뷔..하지원을 꿈꾼다
지난 2002년 그룹 LUV(러브)로 데뷔한 오연서는 벌써 데뷔 10년차다. 그런 그에게 연기를 왜하게 됐냐는 구태의연한 질문을 던졌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이 막연하게 예뻤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모든 게 다 좋아보였거든요. 예쁜 옷, 좋은 차, 좋은 집에서 사는 게 부러웠죠. 드러나는 단편적인 모습이 좋았던 거에요. 중학교 2학년 때 그룹생활하면서 숙소에서 살아서 개인생활도 없고, 가수가 적성에 안 맞는데도 했던 거죠. 그런데 연기는 성취감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오연서의 이런 대답엔 ‘넝굴당’의 시청률 고공행진이 한 몫 한 것 같아 물었더니 인정하면서 “그런 점도 있는데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일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봤을 때 감정적인 여운이 남잖아요.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저의 연기를 보고 누군가의 기분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공효진 선배님의 ‘고맙습니다’라는 드라마를 보고 삶이 너무 힘들었는데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필모그라피를 만들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연서는 고해성사를 하며 자신의 진솔한 얘기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연기를 몰랐어요. 대사를 그냥 암기한 것에 불과했죠. 영특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그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어느 순간 하지원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연기에 그간의 노력과 고생이 담겨 있잖아요. ‘열심히 하는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자. 말숙이에서 벗어나서 이제 저,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오연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