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첫 선발승에도 아쉬움 감추지 못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28 07: 03

  “팬 여러분과 선배님께 항상 죄송했는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시즌 마무리 잘 하겠다.”
팀 승리를 이끈 2년차 투수의 얼굴에는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짙었다. 올 시즌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았지만 모든 것이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그러면서 어느덧 2군 마운드에 오르는 게 익숙해졌다.
LG 신예투수 임찬규(20)가 통산 선발 등판 8경기 만에 첫 선발승에 성공했다. 임찬규는 27일 잠실 넥센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대 초반을 형성했지만 과감하게 상대 타자와 맞섰다. 직구와 조화를 이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의 볼배합도 좋았다. 임찬규와 호흡을 맞춘 포수 조윤준은 “찬규가 던진 공의 70~80%가 리드대로 왔다”며 파트너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번 등판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야말로 절벽에서 밧줄 하나 잡은 심정이었다. 못 던지면 2군행이고 내년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하고 싶었던 것은 다해보려 했다. 어차피 지금 내 공은 140km 초반대다. 그렇다고 자신감까지 잃으면 절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거라고 봤다. 홈런을 맞아도 괜찮다는 각오로 자신감 있게 던졌다.”
올 시즌 전만 하더라도 임찬규는 팀의 두 번째 선발투수로 낙점, LG 선발진의 미래를 이끌 영건으로 자리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임찬규에게 찾아온 것은 지독한 2년차 징크스였다. 직구 구속 저하로 피안타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체력 문제에 직면하면서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선발 등판에 대비해 연마한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좋았지만 직구가 힘을 잃어버리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선발 등판 4경기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직구 구속을 회복하기 위해 투구폼도 수정했지만 잃어버린 구속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불과 1년 전에 찍었던 평균 구속이 이제는 최고 구속이 되고 말았다. 올 시즌 개막 후 두 달 동안 1군과 2군을 오간 임찬규는 5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2군에 있었다.    
“2군에서 직구 구속을 회복하려고 별짓을 다해봤다. 정말 수차례 투구폼을 바꿨다. 그래도 직구 구속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139km가 찍혔다. 당황스러웠고 힘들었다. 그렇다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는 없었다. 단기간에 직구 구속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내 자신에 대한 의심보다는 확신을 갖기로 했다. 공을 던질 때에는 하체 밸런스만 생각했다. 그리고 2군에서 변화구와 제구력 연습만큼은 많이 하려고 마음먹었다.”
힘든 한 해를 보내면서 뒤늦게 프로의 쓴 맛도 봤다. 사실 지난해 신인 임찬규는 두려울 게 없었다. 1군 타자들과 마음껏 정면승부를 펼쳤고 그러다보니 투수진의 중심에 서있었다.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각도 큰 커브의 구위는 1군 무대서도 정상급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올해 선발투수 전환도 성공할 것 같았다.
결과는 1년 만에 특급 신인에서 2군 투수로의 추락이었다. 그래서 첫 선발승에도 만족할 수 없었다. 첫 선발승보다 이제부터 어떻게 1군 마운드를 지키느냐가 중요하다. 임찬규는 앞으로 무수히 많은 선발승을 따내기 위해 미래를 준비할 것을 다짐했다.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지난겨울 선발투수를 준비하면서 연마한 체인지업이 내 것이 됐다. 다른 변화구도 2군에서 많이 연습했다. 오는 겨울에는 직구 구속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터 다시 만들 생각이다. 겨울 내내 꾸준히 체중을 늘려서 구속을 다시 올리겠다. 반드시 제대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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