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박세리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9.28 12: 16

박세리(35)는 한국 여자골프 역사에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를 바라보며 골프를 시작했던 ‘세리키즈’의 우상 박세리는 여전히 ‘세리키즈’들과 필드에서 함께 경쟁을 하고 있다. 사실 경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게 ‘세리키즈’와 박세리와의 관계는 훈훈하기만 한다. ‘세리키즈’는 자신들의 우상과 함께 경기를 치르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기고, 박세리는 이들에게 겸손한 태도로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고 진심이 담긴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박세리는 작년 9월 새로운 후원사를 찾은 후 미국 LPGA투어의 6개 대회에서 TOP 10에 들더니, 9월 24일에는 'KDB대우증권 클래식2012'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5월 벨 마이크로 LPGA 클레식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2년 4개월만의 우승 소식이다. 박세리가 1996년에 프로로 전향하였으니, 그가 현역선수로 꾸준히 활약 해온 지가 벌써 16년이나 되었다.
9월 27일에는 박세리와 같은 세대의 스타골퍼 김미현(35)이 은퇴를 발표했다. 그보다 앞서 8월에는 박지은(33)이 결혼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박세리와 함께 여자골프의 역사를 장식해온 선수들이 올해 들어 한두 명씩 은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이번 우승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1998년에는 온 국민의 삶이 힘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한민국은 아프고 힘들었다. IMF 구제금융시대를 겪으며 절망과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은 어디서고 ‘희망’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우리들 앞에 새까맣게 그을린 다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하얀 발을 가진 스무살의 앳된 여자선수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었다. 1998년 U.S. 여자오픈의 경기 내용과 우승이라는 경기 결과는 감동 그 이상의 영향력을 우리에게 행사했다.
오래도록 박세리는 우리에게 영웅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매일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고, 탄탄한 실력과 체력의 후배들이 산을 이룰 정도로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제는 그가 우승하는 모습을 전성기 때처럼 자주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박세리의 경기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어려움에 처하면 넘어지고 쓰러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함몰하게 되면 힘을 내지 못하고 어려움에 압도되어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게 되지만, 벗어날 수 있는 이유들에 집중하고 꾸준히 도전하면 어려움은 이내 극복되고 만다. 상황을 절망적으로 만드는 힘도,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도 그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의 꾸준한 도전은 그런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일깨워준다.
자신의 명성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점점 불리해지는 여러 가지 자신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박세리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박세리는 자신이 앞으로 LPGA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앞으로 그가 좋은 성적을 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세리의 도전 여정을 지켜보는 우리들이 그를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것이라는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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