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팬-프런트'의 노력이 만든 제주의 값진 승리
OSEN 이두원 기자
발행 2012.09.28 15: 29

11경기 만에 거둔 감격의 승리. 선수와 프런트, 그리고 팬들의 의지와 믿음으로 만든 승리였기에 더욱 뜻 깊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지난 27일 포항과의 K리그 33라운드 홈경기에서 서동현과 배일환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 7월 21일 전남전 승리(6-0 승) 이후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제주는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 동안 전체적인 경기력은 좋았지만 매번 승부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던 제주는 이날 경기서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전술 변화는 물론 투혼까지 불살랐다.

실제 박경훈 감독은 팀의 키플레이어인 송진형을 선발 명단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마르케스와 서동현 투톱을 가동했다. 이들은 본업인 공격뿐만 아니라 전방위 압박까지 가담하며 포항이 자랑하는 중원을 뒤흔들어 놓았다. 특히 서동현은 지난 수원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제주의 해결사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오반석의 빈자리는 '루키' 한용수가 훌륭히 메웠다. 지난 1일 포항과의 FA컵 4강전에서 통한의 자책골을 내주며 팀의 1-2 패배를 지켜봐야 했던 한용수는 이날 경기서 빠른 발과 탁월한 대인 방어로 포항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무너졌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후반 조커로 나선 배일환은 후반 35분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골 결정력 향상을 위해 훈련이 끝난 뒤 묵묵히 그라운드에 남아 슈팅 훈련을 했던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선수들의 열정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 것은 바로 프런트의 아이디어였다. 제주의 선수단은 필수교양을 쌓기 위해 최근 한자 교육을 시작했다. 그 첫 수업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맞아 싸울 때 말했다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에 대한 내용이었다.
프런트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선수들이 자주 드나드는 클럽하우스 출입구에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국내 선수는 물론 외국인 선수까지 각오를 다지기 위해 한자, 영어, 포르투갈어로 쓰였다. 선수들은 이 문구를 계속 보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승리에 대한 열망뿐만 아니라 올 시즌 안방불패를 질주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동기부여가 더 컸다.
12번째 선수인 팬들 역시 더 열심히 뛰었다. 10경기 연속 무승이 시작되기 전 제주의 홈 평균 관중은 6268명이었다. 10경기 무승이면 관중 숫자도 하락하기 마련하다. 그러나 길고 길었던 암흑의 시간 동안 제주의 홈 평균 관중은 6832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태풍 등 악재 속에도 경기장을 향한 팬들의 발걸음은 더 늘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선수들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피로회복제는 없었다. 결국 포항전 승리는 선수들의 투혼, 프런트의 믿음 그리고 팬들의 사랑 이 삼박자가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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