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time]뷰티디렉터 피현정 "화장품 갖고 놀다보니..."(인터뷰①)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09.29 09: 25

어떤 분야에서든 ‘국내 1호’라는 타이틀을 달기란 쉽지 않다. 물론 그 타이틀이 ‘자칭 국내 1호’라면 믿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자타가 공인한다면 확실히 그 사람에게는 뭔가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홍보대행사 ‘브레인파이’의 대표이자 ‘국내 1호 뷰티 큐레이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피현정씨는 누구나 인정하는 1세대 뷰티 디렉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개념은 최근 패션계에서는 친숙해졌지만, 뷰티 분야에서는 피 대표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화장품 브랜드 ‘미즈온’과 손잡고 ‘피현정 CC 에디션’을 출시한 바 있고, 최근에는 한국화장품과의 콜래보레이션 계획을 발표했다.

원래 매거진 뷰티 담당 기자 출신인 피 대표는 경력을 살려 다양한 뷰티 칼럼과 저서를 발표했으며, 활발한 활동 중에도 아이 키우기에 열심인 워킹맘이기도 하다.
뷰티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든, 뷰티 업계에 종사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직장인이든 피 대표에게 배울 점이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뷰티타임’ 인터뷰를 의뢰했다.
‘브레인파이’ 사무실에서 만난 피 대표는 화장품 전문가로서의 경력부터 자신의 몸 관리법, 워킹맘 생활 노하우까지 방대한 분야의 스토리를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속적인 화장품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얼마 전까진 미즈온과, 이번에는 한국화장품과 계약을 맺었다. 어떤 콘셉트의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지.
▲ 에디터 시절부터 화장품을 갖고 ‘재미있게 노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뷰티라는 콘텐츠를 재밌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콜래보레이션 또한 그런 일환으로 계속하는 것인데, 정형화된 브랜드가 아니라, 트렌드에 맞춰 특정 시기에 꼭 필요한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중심이다.
라인업을 마구 늘어놓기보다는 ‘이런 게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에서 모든 것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로 시너지를 볼 수 있는 아이템 3가지 정도만을 출시하려고 한다. ‘피현정 CC 에디션’도 그렇게 했는데, 기초화장과 메이크업을 간편하게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한국화장품과도 그런 식의 기획을 추진 중이고, 11월 정도면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 그 시점의 트렌드에 꼭 맞는 화장품’이라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 꼭 필요하면서도, 차별화된 아이템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립스틱이라면, 보통 ‘갖고 싶은 색깔’에 가장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색깔만이 아니라, 뭔가 스마트한 기능성이 돋보인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색깔이 유행이니까 그냥 사는’ 게 아니라, ‘와, 이건 정말 편리하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사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고, 결국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또는 ‘뷰티 큐레이터’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 뷰티 전문가로서 화장품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지나 마케팅이 아닌 실제 사용자로서 어떤 점을 중시하는지 궁금하다.
▲ 흥미롭게도 에디터 시절에는 오히려 누구보다 비싼 브랜드에 열광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장품에 대해 알아갈수록 정말 중요한 건 세 가지로 압축되더라. 화장품에선 충실한 성분, 깨끗한 제조과정, 거품 없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보다는 제품 퀄리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사용자는 이 화장품이 왜 비싸고 왜 유행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화장품도 그런 면을 최소화하고, ‘정말 필요하고 살 만해서’ 사는 제품으로 만들고자 한다.
- 기자 출신에서 ‘뷰티 디렉터’라는 분야로 진로를 잡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이 있었나. 
▲ 진로를 정할 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당대의 사람들이 필요한 것’, 두 가지를 매치시키면 정답이 나오는 것 같다. 둘 다 어렵지만 본인의 감을 믿고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도 뭘 꼭 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기 보단,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었다.
다른 점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케이블 방송으로 처음 대중 앞에 서기 시작했는데, 그 활동을 하면서 여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듣고 싶은 콘텐츠를 가감없이 방송하는 것이 당대의 니즈(needs)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 방송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피현정이라는 이름이 알려지는 데는 사실 케이블 방송의 덕이 컸다. 유명 뷰티 프로그램 ‘겟잇 뷰티’의 첫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간략하게 그 궤적을 설명한다면.
▲ 2004년,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개국과 함께 시작된 ‘싱글즈 인 서울’이란 프로그램에 멋모르고 나갔다. 그 방송은 국내 최초로 만든 리얼 버라이어티였다. 일반인을 대본 없이 데려다가 얘기하게 하는 방식은 처음 접해 보는 것이었다.
내가 잡지 기자여서 제작진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같은 캐릭터를 원했던 것 같다.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이슈몰이에는 성공해서 팬 카페까지 생겼다(웃음). 그리고 책도 내고, 못 찍긴 했지만 패션 광고도 들어오고, 여러 가지 아침 프로그램도 나오고, 신문 인터뷰도 많이 했다.
그 경험을 하고 잡지 편집장까지 올라 보니 새롭게 ‘매거진 식의 방송’을 뷰티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지에서 하는 것처럼 블라인드 테스트와 리뷰. 베스트& 워스트 선정, 순위 매기기 등을 방송에서 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해서 제작도 하고 출연도 한 것이 올리브 채널 시절의 ‘겟 잇 뷰티’다.
여기서 ‘잇(it)’이라는 것은 가장 트렌디하다는 뜻의 단어인데, 당시에 ‘누가 잇(it)의 뜻을 알겠냐, 프로그램 제목을 문장으로 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혹평(?)받았던 기억도 난다. 이후엔 기획, 제작을 넘어서 직접 출연하는 ‘시크릿 쇼핑 파일’, ‘스타일 배틀로얄’ 등의 방송을 했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
-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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