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time]피현정, "'물결세안' 말고도 강조하고픈 건 많아요"(인터뷰②)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10.01 07: 57

(인터뷰 1편으로부터 계속)
- 본론으로 돌아가서, 국내 2, 3호 뷰티 디렉터를 꿈꾸는 후진들에게 노하우 또는 조언을 준다면.
▲ 패션 잡지 에디터에 비해 뷰티 에디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소 적은 편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말 그대로 창조적인 업무를 하는 디렉터이다.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다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뷰티 쪽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패션계에선 이미 샤넬의 칼 라거펠트처럼 브랜드 콘셉트 확립, 제품개발, 마케팅까지 다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많다. 뷰티계에서도 앞으로는 그런 일이 많을 테니 전망이 밝다고 생각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번에 한국화장품과의 콜라보레이션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여러 사람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뷰티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서로 뷰티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별점도 매기는 그런 장을 만드는 것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확실해지는 것은, 뷰티 디렉터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 또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은 끊임없는 공부다.
- 일과 가정을 모두 꾸려나가는 워킹맘으로서 조언도 궁금하다.
▲ 워킹맘으로서 성공한 여자들에 대한 시선이 아직도 좋지는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 상황인 만큼 워킹맘이 성공하려면 가족을 내 편으로 만드는 작업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가족과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한 번에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나도 결혼 전에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되지?’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리고 ‘일만 잘하면 가정도 잘 굴러가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과 가정, 양쪽 모두에 항상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아이와 남편 모두에게 다른 엄마들만큼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하는 대신, 원하는 것을 빨리빨리 말하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원하는 것을 빨리 간파해서 들어주고 남는 시간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아이 주변 친구 엄마들, 아이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많이 못 만나니까 빠른 시간에 그들이 뭘 원하는지 캐치하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 ‘물결 세안법’으로 유명하다. 뷰티 전문가인 만큼 평소 몸 관리 및 피부 관리 노하우도 남다를 듯한데.
▲ 평소에도 꼭 빼놓지 않고 하는 게 있다면 바로 ‘물결 세안’이다. 막 30대가 됐을 때, 그리고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피부가 굉장히 예민해졌었다. 그럴 때마다 뭔가를 더 발라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바르면 바를수록 더 피부가 나빠지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두 세 가지를 빼고는 전부 생략했더니 민감하던 피부가 좀 안정되더라.
세안도 2중, 3중으로 씻었는데, 그 뒤로는 밤에 메이크업을 꼼꼼히 지우고, 아침에는 물 세안만 하게 됐다. 그랬더니 건조함이 사라지고 예민하던 것이 진정되더라. 지금도 세안은 하루에 딱 한 번, 클렌징 오일을 이용한다.
그리고 클렌징 브러시를 꼭 사용한다. 이렇게 브러시가 유행하기 전부터 브러시 쓰기를 즐겼는데, 클렌징할 때는 조금 딱딱하고 탄성 좋은 것을, 메이크업할 때는 부드러운 것을 쓰는 게 좋다. 그리고 피부 수분측정 기기를 늘 갖고 다니는 버릇이 있는데, 브러시를 쓴 이후로 피부 수분도가 항상 높아져서 브러시 세안법에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알쏭달쏭 뷰티 Q&A
화장품 전문가 피현정을 만난 김에, 인터뷰와는 평소 알쏭달쏭했던 뷰티 관련 상식들에 대해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참고가 될 만한 내용들을 Q&A로 정리해 추가한다.
Q: 뷰티 전문가로서 화장품의 성분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성분에 대한 우려는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지만,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아 피상적으로만 아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쉽게 공부할 수 있을까.
A: 우선은 화장품 자체를 많이 쓰지 말라고 권하는 편이다. 그것만 해도 피부가 못 버틸 만큼 유해성분에 노출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약 3년 전부터 화장품의 빈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빈 병을 모아두고 성분표에 자주 등장하는 성분들을 체크하고, 거부반응이 일어날 때마다 눈여겨보면 무엇이 나에게 안 맞는 성분인지를 알 수가 있다.
또 외국 뷰티 사이트 중 동물실험 정보나 성분 분석 정보를 모아둔 사이트들이 많다. 그런 사이트들을 많이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메이크업 제품에서 가장 피해야 할 성분은 탈크, 타르-인공색소, 인공향이라고 생각하고, 스킨케어나 클렌저에선 파라벤류를 피했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성분이 들었다고 해서 또 무조건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에게 맞는 선택이 중요하다.
나는 사실 수집벽이 있어서 빈 병을 모으는 것인데, 일반 소비자라면 빈 병을 꼭 모을 필요없다. 전성분 표시를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해 두는 방식을 추천한다.
또 하나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화장품의 ‘동물실험 여부’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은 해당 마크나 문구가 거의 다 표시돼서 요즘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의미없는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편이어서, 성분만큼이나 그 점을 꼭 확인하고 화장품을 골랐으면 좋겠다.
Q: 특히 색조 화장품이 유해성분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뷰티 전문가로서 색조화장이 특별히 해롭다고 느끼는가. 또 스스로 평소에도 색조화장을 즐기는지.
A:색조화장품이 해롭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공 성분과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천연방부제를 쓰는 것도 있지만 유통기한이 짧다는 문제가 있다. 꼼꼼히 고르는 이들은 천연방부제, 천연색소가 든 제품을 골라 쓰는 게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아이 메이크업을 많이 추천하지 않는다. 우선 눈에 반복적으로 많은 압력이 가해지는 것이 좋지 않다. 얇은 눈가 피부인데, 많이 바를 때는 20가지까지 바르는 사람도 봤다.
풀 메이크업이라도 3가지 이내를 사용하고, 아이보다는 립에 포인트 메이크업 하는 것을 추천한다. 눈가가 많은 자극을 받으면 주름이나 피부 착색 등 안 좋은 현상이 있을 수 있다.
Q: 최근 '아이크림이 과연 따로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화장품 평론가로 유명한 폴라 비가운 등 다양한 이들의 설왕설래가 많다.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A :내 생각에도 아이크림은 꼭 필요하진 않다. 그렇다고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르면 더 좋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다면 아이크림을 따로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에 그것도 틀린 주장이다.
립이나 아이 전용 제품은 해당 부분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경우, 치유를 도와줄 수 있게 만들어진다. 하지만 90% 이상의 여성들에게 필수는 아니라고 본다. 피부는 어느 부위나 두께가 다 다르지만, 진피까지의 깊이는 기껏해야 종이 한 장 차이다. 때문에 어디든 pH 밸런스와 수분량을 맞춰주고, 자외선 차단을 잘 해 주면 된다.
그렇다면 ‘다크서클을 없애는 아이크림’은 과연 효과가 있긴 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결론적으로 다크서클을 없애주진 못하지만,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여기서 ‘도움’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화장품에는 ‘도움’을 기대해야지, 완벽한 ‘해결’을 기대해선 안 된다. 화장품에 의존하려고 하지 말고,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물을 많이 마셔서 보습을 충실히 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그런 것이 전혀 없이 갑자기 좋은 화장품을 쓰고, 브러시로 물결세안을 한다고 얼굴이 반짝거리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yel@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