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떠날 때가 아닌 것일까.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의 현역 생활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찬호는 지난 10일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지만 시즌 마지막 등판을 위해 재활훈련을 마친 뒤 두 차례 불펜피칭으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은퇴 직전 마지막 등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현역 지속 가능성 높다. 소속팀 한화가 박찬호의 잔류를 바라고 있으며 "1년 더 한국에서 선수을 생활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가장 중요한 건 1군 투수로서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느냐 여부다. 아무리 슈퍼스타라 해도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면 버티기가 힘들다. 올해 우리나이 마흔이 된 박찬호는 22경기에서 5승9패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하고 있다. 후반기 6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8.90으로 난타당한 게 뼈아팠다. 하지만 전반기에는 16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3.77로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 한화의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박찬호는 시즌 중반까지 큰 이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빠짐없이 지켰다. 그러나 7월초 처음 허리 통증을 일으키며 올스타전에 불참했고, 후반기 첫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다. 이어 팔꿈치 뼛조각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8월 중 통증에도 참고 던져지만, 구위 저하로 이어지며 난타당했다. 구위의 문제가 아닌 부상의 문제였고, 전반기 투구내용이라면 충분히 팀의 선발투수로 자리할 수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도 "아직 30대 초반의 몸이다.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조절하면 충분히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도 박찬호를 여전히 내년 시즌의 중요 전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시즌 중반부터 구단 고위층에서 "내년에도 우리 선수로 뛰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홍보·마케팅 뿐만 아니라 전력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한 때 화제가 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 NC행도 가능성이 떨어졌다. "우리 선수이고, NC에 보낼 일 없다"는 것이 구단의 공식 입장이다. 냉정히 볼 때 박찬호보다 잘 하는 투수가 팀에 많지 않다.
코칭스태프에서는 시즌 중반 박찬호의 교체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마다 나온 이야기가 "박찬호 만큼 잘 던지는 투수가 뒤에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올해 시즌을 마치면 한화의 전력은 다시 미지수가 된다.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으며 2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활약한 양훈도 군입대한다. 그들이 모조리 빠져나가면 전력에서 큰 손실이 생긴다. 한용덕 감독대행도 "찬호 같은 구심점이 되어야 할 선수가 필요하다. 팀에는 무조건 필요한 선수"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팬들의 성원이다. 올해 한국.복귀와 함께 그는 가는 곳마다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팬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그에게는 가슴 뿌듯하고 뭉클한 일이었다. 그는 최근 "단 한 사람이라도 원하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알려졌다. 여전히 많은 팬들은 '투수' 박찬호를 더 보고 싶어한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야구밖에 모르는 박찬호가 팬들의 바람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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