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이닝은 처음 던져본다".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37)에게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지난해 최다패(7승15패) 투수였던 나이트는 올 시즌 '백조'로 거듭났다. 지난 28일 장원삼(삼성, 16승)이 1승을 추가하며 다승 단독 선두가 됐으나 나이트는 다승 2위(15승), 평균자책점 1위(2.28) 등에 올라 한국 무대 4년차에 최고의 해를 맞고 있다.

그에게 무엇보다 뜻깊은 것은 이닝 소화 능력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나이트는 올 시즌 201⅔이닝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리오스(234⅔이닝) 이후 5년 만에 200이닝 투수가 나왔다. 선발투수는 연 30차례 이내의 등판에서 매 경기 6~7이닝씩을 던져야 200이닝을 채울 수 있다.
나이트의 200이닝 달성이 놀라운 이유는 그가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서 완쾌됐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삼성 시절 2년 동안 144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던 나이트가 지난해까지 그를 괴롭혔던 무릎 통증을 떼어내면서 올 시즌 제 실력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최근 만난 나이트 또한 올 시즌 가장 보람있는 기록으로 "마운드에 오래 있었던 것"을 꼽았다. 나이트는 "승리는 내가 정할 수 없다. 내 목표는 항상 승리보다 퀄리티 스타트인데 올 시즌 자주 6~7이닝씩 마운드 위에서 오래 던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200이닝은 199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뒤 한 번도 쌓은 적이 없는 기록이라고 했다. 나이트는 "내 최고 이닝은 2000년 마이너리그에서 세웠던 186이닝이다. 그때보다 12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건강하게 야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도 놀랍다"며 웃었다.
나이트는 내년에도 넥센과의 재계약이 유력하다. 그는 "올 시즌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내년에도 우리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나도 오랫동안 야구를 잘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내년 넥센을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나라 나이로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나이트는 지난해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건강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올 시즌 26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가 증명하는 나이트의 성실함은 그가 시즌 MVP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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