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성실하고 고집도 셌다. 그렇게 아팠는데도 꾹 참고 던지려고 했으니”.
2군 투수코치로서 1년 간 가르쳤던 상대팀 선발 투수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지금 타 팀에서라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한 이야기였다. 한때 팔도 들어 올리지 못할 정도로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하며 은퇴 위기에 몰렸던 신재웅(30, LG 트윈스)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값진 승리를 거두며 잔잔하고도 감동적인 야구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신재웅은 2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7피안타(사사구 1개) 2실점으로 호투, 시즌 5승(2패)째를 거뒀다. 최고 구속은 140km로 빠르지 않았으나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공격적 투구가 눈에 띈 경기였다.

4회 이미 9-0을 만드는 화끈한 타선 지원 속 호투를 거듭한 신재웅은 5회초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우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한 뒤 후속 최재훈에게 1타점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기록했다. 뒤를 이은 정수빈에게 1타점 중전 안타를 내주며 2실점 째를 기록한 신재웅. 그러나 후속타를 막아내며 신재웅은 승리 요건 5이닝을 채웠다.
6회초 신재웅은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윤석민에게 3루 측 날카로운 타구를 내줬다. 그러나 3루수 김태완이 이를 확실하게 잡아낸 뒤 병살로 연결하는 호수비를 펼치며 신재웅의 부담을 덜어줬다.
2006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신재웅은 시즌 전 팀의 4선발 후보로도 꼽혔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일본 쓰쿠미 전지훈련 중 어깨 부상을 입으며 1군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거의 1시즌 대부분을 재활조에서 보냈다. 당시 두산 2군 투수코치로 신재웅을 지켜봤던 김진욱 두산 감독은 신재웅에 대한 기억을 짧게 읖조렸다.
“굉장히 성실했다. 그런데 고집도 셌고. 캐치볼은 커녕 팔 자체를 들지 못했을 정도로 아팠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2군 경기에서라도 던져보겠다고 독기를 품었던 선수였다”. 상대팀 선발로 만난다는 것이 얄궂기는 했으나 성실한 선수가 치명적인 부상을 이기고 돌아온 만큼 당시 기억을 복기하는 김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한 관계자는 신재웅에 대해 “아무래도 젊은 선수가 아니라 그런지는 몰라도 우여곡절 끝에 야구를 하고 있어서인지 간절함이 있다. 그리고 잠깐의 관심에도 들뜨지 않는 진중한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다시 선 마운드에서 혼신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신재웅. 특히 이날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이기도 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시련을 딛고 다시 한 팀의 선발 투수로 서고 있다는 점. 그의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세상에 없었으나 이날 잠실벌을 비추는 보름달만큼은 확실히 밝았다.
경기 후 신재웅은 “내가 잘 했다기보다 조윤준이 중요할 때 적시타를 쳐줬고 김태완 선배가 좋은 수비를 해줘서 이긴 것이다. 사실 오늘이 어머님의 기일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도와주신 것 같다”라며 어깨를 으쓱하기보다 동료를 먼저 높이고 진중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기렸다.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가 아닌 은은하게 익은 뚝배기 장맛 같은 야구 인생을 이어가는 신재웅은 진정한 1군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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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