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팀은 패했지만 기성용(23, 스완지 시티)이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스완지 시티는 30일(한국시간) 영국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서 끝난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스토크 시티와 경기서 0-2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스완지 시티는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을 기록하게 됐다. 또한 8전 1승 7패로 스토크 시티 원정의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서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에버튼전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이후 리그컵 크롤리타운전을 포함, 3경기 연속 선발 출전과 풀타임 소화다.

당초 영국 언론은 기성용을 이날 경기 교체요원으로 분류했다. 매치 프리뷰를 제공하는 가디언은 기성용이 주로 뛰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조나단 데 구즈만과 레온 브리튼을 배치하고 기성용은 교체 명단에 포함시켰다.
전 경기인 크롤리타운전서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기성용을 선발 대신 교체투입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라우드럽 감독은 이런 예상을 뒤집고 기성용을 선발 카드로 꺼내들었다.
기성용은 스완지식 티키타카를 구사하는 라우드럽 감독의 지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행했다. 볼 커팅과 간결하고 날카로운 패스가 살아있었고 전담 키커로 나서 팀의 프리킥과 코너킥을 책임졌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초반에는 강렬한 중거리 슈팅과 날카로운 패스로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쉬움은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스토크 시티의 거센 공세에 수비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았다. 전체적으로 미드필더진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기성용의 수비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반 11분 터진 크라우치의 선제골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기성용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에 가담했지만 자신의 앞에 있던 크라우치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마크맨을 따돌리고 골문 앞으로 뛰어든 크라우치는 높은 신장을 살려 선제골을 손쉽게 따냈다. 기성용의 실수라기보다 맨마킹을 맡았던 치코의 실수였지만 스완지 시티의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장면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기성용은 이날 경기서 안정된 경기력을 유지하며 팀의 윤활유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팀이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가운데 기성용의 플레이는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리그 첫 승리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된 점은 아쉽지만 기성용이 보여준 짜임새 있는 중원의 청사진은 라우드럽 감독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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