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째 무승’ 니퍼트, 전 구단 상대 승리 도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30 09: 30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첫 경기 선발 등판이 유력한 검증된 에이스. 그러나 최근 54일 째 승리가 없을 정도로 불운했다. 마침 다른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 팀과의 맞대결이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54일 만의 시즌 12승과 2년 연속 전 구단 상대 승리에 도전한다.
지난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187이닝)를 기록하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는 올 시즌 28경기 186이닝 3완투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15(29일 현재)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승리 추가 페이스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늦고 평균자책점도 약간 상승했지만 이닝 소화 능력은 확실하다.
그러나 확실히 달라진 것은 승운이 야박해졌다는 점. 지난해 두산이 내우외환 속 5위에 그치는 가운데서도 15승을 올렸던 니퍼트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번을 기록하고도 절반을 살짝 넘는 1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타선 지원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니퍼트의 투구 스타일도 지난해와는 약간 변했다. 지난해 니퍼트는 주자 득점권 출루 시 떨어지는 변화구의 빈도를 높여 투구수가 많아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니퍼트는 올 시즌 오히려 주자 1루 출루 시 땅볼 유도를 위해 포심-투심-싱커의 비율을 조금 더 높였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적어도 경기 당 1이닝은 위기에 몰렸던 이유다.
“타자들도 지난해 나를 겪어봤으니까. 언제나 똑같은 패턴을 고수할 수는 없다. 그들이 달려든다면 나도 그를 역이용해야 한다”. 가끔씩 난조를 보이는 것에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니퍼트였으나 타선 지원이 지난해보다 뚝 떨어진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제 몫을 하면서 버티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리드하는 상황에서 계투진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싶다. 지는 경기에서 후속 투수에게 ‘지는 경기를 끝까지 부탁한다’라고 하기가 미안하다”. 팀 플레이어로서 착한 마음씨를 갖춘 니퍼트의 올 시즌 LG전 성적은 5경기 2패 평균자책점 3.10. 활약도에 비해 승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또한 이날 LG전을 승리한다면 니퍼트는 2년 연속 전 구단 상대 승리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특정팀에 부진해 승리를 못 거둔다면 이는 투수의 잘못이지만 자기 몫을 해내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타자들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왜 에이스를 지켜주지 못했느냐고.
타자들이 수비에도 쏟는 노력을 알고 있는 만큼 니퍼트는 과거 일부 외국인 투수들처럼 빈약한 타선 지원을 공개적으로 힐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라운드 밖에서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야수들을 보며 스스로 더욱 미안해하는 심성 착한 선수가 니퍼트다. 54일째 승리 인터뷰를 하지 못한 니퍼트가 시즌 12승과 전 구단 상대 승리로 오랜만에 활짝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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