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취재석] 위 그림은 가수 솔비가 최근 전시회를 통해 발표한 그림 ‘엔터총’이다.
엔터키를 누름과 동시에 발사되는 총과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선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는 한때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오르고, 집요한 악플에 힘겨워 연예계를 잠시 떠나기도 했던 솔비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현재 서울시 종로구 궁정동의 한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네티즌이 누군데? 라고 물었을 때, ‘저요!’라고 말하는 사람 없잖아요. 왜 그 실체 없는 집단 때문에 그토록 힘들어했을까요.”

이렇게 말하는 솔비도,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할 땐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듯 무서웠다고 했다. ‘사랑 받고 쉽게 돈 버는’ 연예인이라는 사람이 그깟 악플 몇 개 때문에 힘들어하다니 너무 유약한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겠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들의 심경은 매우 절절하다.
세계 무대를 휘젓고 다니던 한 아이돌 스타는 언젠가 특정 ID를 대며, 혹시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나로서야 당연히 알 리가 없었던 터. 그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으면서 고작 악플러 하나를 신경쓰냐고 타박했지만, 그는 진지했다.
“저와 관련된 기사마다, 제가 너무 싫다고 댓글을 달아요. 뭐가 그렇게 비호감이라는 걸까요? 진짜, 딱 10분만이라도 얘기해보고 싶어요. 그래도 그렇게 싫어하실 건지. 제가 어떻게 해야 안싫어하실 건지. 방법은 없겠죠? 그냥 눈에 띄지 않는 거 말고는?”
인터넷 상에서 여자 연예인은 성형과 과거, 남자 연예인은 군대가 ‘원죄’다. 밑도 끝도 없이 따라붙는 시비와 거친 욕설은 방금 수만명의 팬들이 환호한 무대의 벅찬 감동을 단 1초만에 무너뜨릴 수 있다. 그 시비가 사랑하는 주위 사람, 특히 가족에게 옮아가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그렇게, 100명의 팬이 만든 스타를 1명의 안티가 쓰러뜨리는 것이다. 악플을 안보겠다는 다짐도 해보지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극도로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연예인들은 이를 ‘작심3초’도 지키기 어렵다. ‘국민 호감’으로 다수의 CF를 섭련한 한 톱스타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고 한다. 어쩌다 나타나는 악플 하나가, 갑자기 수십만개로 번질까봐 늘 노심초사 하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비수’는 더 가까이, 더 깊이 날아와 박힌다. 멘션창에 우르르 뜨는 반말과 비속어 투성이의 비난은 웬만한 ‘강심장’도 쉽게 넘길 수 없다. 극히 일부의 극성맞은 반응인 걸 알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지만, 객관적으로 사태를 판단하기엔 ‘비수’가 심각한 치명상을 남겨버린 후다. 여기에, 일부 악플을 기반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자극적인 문구로 ‘클릭’을 노리는 일부 매체가 가세하면 연예인은 그야말로 고립, 그 자체가 된다.
최근 벌어진 리쌍의 예능 하차 및 복귀 해프닝은 극성맞은 악플이 전체 여론을 얼마나 흐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였다. 물론 멤버들이 보다 더 신중해야 했지만, 그렇게 트위터로나마 ‘하차함으로써 이 모든 비난에 책임지겠다’고 선언해야 했던 그 절박한 심정에 ‘좀 더 버텨보지 그랬냐’고 하는 건 잔인하다. 개리가 콘서트 취소 관련 공지를 올리기 직전 한 네티즌에게 남긴 ‘안한다 안해’라는 글은, 이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노출돼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쌍은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예능에 복귀했지만, 제2의 사태는 필연적이다. 일부의 비난이 전체의 여론으로 둔갑하고,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기도 전에 누군가가 백기를 들고 쓰러지는 현상은 분명히 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표현의 자유는 인터넷 시대의 핵심 가치이지만, 건전한 비판과 토론은 당연히 권장돼야 할 일이지만, 인터넷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적당한 툴도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해외는 어떨까. 왜 악플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다는 연예인은 유독 한국에 많을까. 물론 해외에도 악플은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이 더 심할걸요. 그런데 악플을 그냥 악플로 보니까 무시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악플이 여론처럼 해석되거든요. 악플 몇 개 있으면, ‘걔 비호감인가봐’라고 낙인찍고, 뭇매 맞는다고 기사도 나죠. 기사는 곧바로 방송 섭외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PD도 게시판 테러는 무서워하거든요. 그러니, 신경을 안쓸 수가 없는 거예요. 악플러들, 막상 잡아보면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이혜린 기자]rinny@osen.co.kr
[사진] 솔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