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집이 많은 부위라면 모를까. 상체로 공이 날아가서 저도 당황했어요. 또 (김)현수도 모르는 사이가 아닌데 미안하다고 해야지요”.
본의가 아니었던 만큼 던진 당사자도 소스라치게 놀라 다가가 미안하다며 상태를 확인했다. 타자 몸에 맞는 볼에 투수가 간략히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것이 대세인 최근 보기 힘든 훈훈한 장면이었다. LG 트윈스 좌완 신재웅(30)이 두산 김현수(24)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직접 다가가 사과한 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리며 당연한 일임을 이야기했다.
신재웅은 지난 2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2패, 30일 현재)째를 따냈다. 최고 구속은 140km에 머물렀으나 오히려 직구를 공격적으로 던지며 깔끔한 제구로 두산 타선을 묶었다.

6회초 신재웅은 상대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이는 김현수의 오른 팔뚝을 맞추는 공이라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코스였다. 신재웅이 고의로 던진 공이 아니었으나 타자가 위협적으로 느끼기 충분한 공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공을 맞고 쓰러진 김현수를 향해 신재웅은 타석으로 먼저 다가가 괜찮은지 물어 보며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고 김현수도 괜찮다며 1루로 걸어나갔다. 대체로 몸에 맞는 볼이 나왔을 때 투수가 마운드 근처에서 모자를 벗어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직접 다가가 타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신재웅의 모습은 오히려 신선해보였다.
그에 대해 신재웅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덜 아픈 엉덩이나 허벅지를 맞았다면 몰라도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체로 공이 날아가 당연히 미안했다는 이야기였다.
“코스가 상체로 날아가서요. 타자가 맞지 않더라도 민감해하는 부위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공을 맞았으니 괜찮은 지 상태를 보고 미안하다고 해야지요. 게다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2007년 두산 있을 때 같이 있었고 전지훈련도 같이 갔는데 몸에 맞는 공에 미안하다고 해야지요”. 동업자 정신이 당연히 기본이라는 신재웅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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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