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심히 뛰는 게 더 좋더라고요".
넥센 히어로즈의 내야수 서건창(23)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1회초 데니 바티스타를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날렸다. 지난 2008년 프로 데뷔 후 우여곡절 끝에 날린 프로 첫 홈런이었다.
서건창은 타격 후 무척 열심히 뛰었다. 2루 정도까지 가서 홈런인 걸 안 뒤에야 속도를 조금 늦춰 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동료들의 열띤 축하를 받았다. 홈런인 걸 깨달은 순간부터 그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30일 목동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서건창은 "홈런인 줄 몰라 치고 나서 엄청 뛰었다"며 웃었다. 그는 "멀리 나가긴 했는데 담장을 넘길 줄 모르고 무조건 뛰었다. 구장이 비교적 작은 대전구장이라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홈런은 아치형이 아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다.
서건창은 "축하를 많이 받았다. 가족들에게 추석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느낌은 달랐다. 그는 "지금까지 3루타 치고 상대 실책으로 홈까지 밟은 적이 두번 있는데 그 때가 더 기분이 좋았다. 그냥 열심히 뛰는 게 더 좋더라"며 쑥스러워했다.
서건창은 뛰어난 컨택 능력과 빠른 발로 풀타임 첫해에 3루타 1위(10개), 도루 2위(39개)에 올라 있다. 홈런은 애당초 강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도 연습경기에서만 몇번 나왔을 뿐 정식경기에서는 홈런을 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중반 '홈런이 없어 서운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욕심낸다고 무리하면 다른 것도 안될 것 같다.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를 '한 방'에 욕심내는 대신 팀내 역할인 테이블 세터에 더 집중하는 서건창의 모습은 담담하면서도 야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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