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감독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한화 한용덕(47) 감독대행은 지난 8월28일 한대화 전 감독 퇴진과 함께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전관예우 차원에서 감독석에 앉지 않고 있다. 감독 교체 후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둘풍을 일으킨 한화는 그러나 최근 4연패로 다시 주춤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그동안 한 감독님이 얼마나 힘드셨을지…"라며 비어진 감독석을 바라봤다.
지난달 28일 대전 두산전이 결정타였다. 이날 한화는 올 시즌 가장 많은 무려 20개의 안타를 맞으며 3-13으로 대패했다. 선발 정재원이 2이닝 만에 4실점으로 조기강판당한 가운데 실책 3개와 포수 패스트볼 2개, 폭투와 도루 실패도 하나씩 터져나왔다. 한용덕 대행 체제에서 가장 좋지 못한 경기내용을 보여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심판 판정까지 한용덕 대행의 심기를 건드렸다. 세이프 타이밍에 아웃 판정이 나고, 누가 봐도 아웃 타이밍에서 세이프가 판정됐다.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 평소 온화한 성품과 젠틀한 매너를 자랑하는 한용덕 대행도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심판 판정에 항의할 정도로 심기가 불편했다. 얼마나 화가 나 신경을 썼는지 이튿날에는 안면 경련까지 일어났다.
지휘봉을 잡은 후 가장 긴 4연패에 좋지 못한 경기내용과 납득할 수 없는 심판 판정까지. 한용덕 대행은 "그날 시작부터 이상하게 경기가 잘 안 풀렸다. 선수들을 혼낼 수도 없고 많이 답답했다. 새삼 감독의 인내심이라는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느끼고 있다. 한 감독님 생각이 나더라. 그동안 얼마나 참고 인내하셨는지…"라며 한대화 전 감독을 떠올렸다. 한용덕 대행도 수석코치로 한대화 감독을 보좌했지만 직접 당사자가 돼 보니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한용덕 대행은 이날 선발투수였던 정재원을 이튿날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한 대행은 "정재원은 투수코치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선수이지만 계속된 볼넷에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감독은 선수에게 속고 또 속고, 믿고 또 믿는다"는 감독 출신 원로 야구인의 말에 공감하며 "그 말이 정말 맞다"고 맞장구쳤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자리임을 실감하고 있다.
힘든 와중에도 한용덕 대행은 당장의 성적에 미련을 두지 않고 팀의 미래에 포커스를 맞추며 팀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제 8위 확정 트래직넘버는 1.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고, 7위 LG가 모두 패해야 탈꼴지가 가능하다.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적. 최근 4년 동안 3번째 최하위가 되는데 앞으로도 팀 재건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코칭스태프부터 구단 고위층까지 충분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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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