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이어 '광해', 2012년 천만영화 두 편 나올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10.01 08: 2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 해에 천만관객 영화가 두 편 등장하는 신기록이 대한민국 영화사를 장식할수 있을까. 최동훈 감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도둑들'이 1300만 관객을 돌파하던 날, 이병헌의 생애 첫 사극이자 1인2역 연기로 화제를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가 500만을 동원했다. 2012년 9월30일, 추석명절을 전후로 이틀새 벌어진 일이다.
연기파를 대표하는 이병헌이 원톱으로 나선 '광해'는 지난 달 30일 전국 61만5939명 관객을 모으며 모두 522만8422명을 기록했다. 개봉한지 불과 18일만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도둑들'에 이어 유일하게 500만 관객을 넘었고 관객동원 속도 또한 많이 뒤쳐지지 않는다.
개봉 18일 만에 500만 페이스는 24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최종 1230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의 사극 '왕의 남자' 보다 6일 앞섰고 역대 9월 개봉작 흥행 1위 '타짜'가 31일 만에 넘은 기록 보다는 무려 13일이나 앞섰다.

그럼에도 아직 천만관객까지 넘어야 할 산과 골은 높고 깊다. 극장가 대목인 추석 명절이 끝난 뒤부터 춥고 쌀쌀한 비수기가 시작되는 데다 '테이큰 2' '루퍼' 등 막강한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지어 경쟁 목록에 제목을 올리기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천만관객 한국영화는 주로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등장했다. 누구나 감탄할만한 최고의 영화들이 극장가 성수기와 만났을 때 '1000만'이라는 영화계 매직 넘버를 찍었다.
대한민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기록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2003년 12월24일,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다음 해 2월5일,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2005년 12월29일로 모두 추운 겨울에 나왔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7월27일)과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2009년 7월22일)는 한여름 태생이다.
올 여울에도 '도둑들'이 천만을 찍었고 지금 '괴물'의 한국영화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중이다. '도둑들'은 2시간30분의 긴 러닝타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손에 땀을 쥐는 장면이 숨 쉴 틈없이 이어지고 최 감독 특유의 쫓고 쫓기는 추격신에 탄복하다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입에서는 '아'하는 탄성이 절로 새고 좌석에 딱 달라붙은  엉덩이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도둑들'은 그런 영화다.
이에비해 '광해'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헌을 비롯해 류승룡, 한효주 등 충무로 톱배우들의 조합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의 재미는 한국 정서에 바탕을 둔 웃음과 감동, 그리고 공감에서 나온다. 물론 여기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안정된 연출,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밑거름을 줬다. 특히 생애 첫 사극이자 1인 2역이고 본격적인 코미디에 도전한 이병헌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인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 그 안으로 흠뻑 스며드는 그의 치밀하고 타고난  배우 습성은 늘 열연을 부르기 때문.
 이병헌은 '광해'에서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고, 거꾸로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영화 '광해'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와 줄거리를 이병헌의 열연에 힘입은 해학과 웃음, 그리고 짙은 페이소스로 풀어내며, 2시간30여분 긴 런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수작으로 태어났다.
수십명 상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랫도리를 홀딱 까고 매화틀(왕의 변기)에 걸터앉이 시원하게 볼 일을 보는 이병헌의 연기는 객석에 폭소탄을 터뜨린다. 웃기기만 하던 그가 사대주의에 빠진 사대부 중신들을 질타하는 카리스마 작렬 때는 관객의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광해'가 가진 주요 매력 포인트들이다.
김윤석을 비롯해 전지현 김혜수 이정재 임달화 김해숙 등 떼거리 주연의 10인 10색 매력으로 중무장한 '도둑들'과 달리 '광해'는 이병헌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데서 관객 동원의 한계가 느껴지는 게 아쉬움이다. 그래도 개봉 18일만에 벌써 500만이라니, 세계가 인정한 이병헌의 연기력과 매력이란 역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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