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36, 삼성)은 지난달 24일 대구 롯데전서 0-1로 뒤진 6회 무사 2루 상황에서 희생 번트를 수행했다. 2001년 7월 28일 광주 해태전 이후 11년 만의 기록.
통산 5차례(1997, 1999, 2001, 2002, 2003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홈런 타자의 대명사' 이승엽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까. 일본 야구의 영향, 파워 감소 등 이승엽의 희생 번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는 이승엽의 희생 번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 코치는 1995년부터 9년간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었고 2009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으며 이승엽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이승엽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일본 야구 경험보다 팀을 위한 야구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이승엽의 희생 정신을 높이 샀다.
김 코치는 "일본에서는 용병 신분이기 때문에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타격감이 좋지 않을때면 방망이를 짧게 잡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은 희생 번트를 통해 팀에 보탬이 되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김 코치는 이승엽의 희생 번트가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나를 버리고 우리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게 김 코치의 말이다.
언젠가 이승엽은 "나는 삼성 라이온즈의 일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며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자기 역할이 있고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었다. 이승엽의 희생 번트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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