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전구장. 한화-SK전 중계를 위해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경기장을 찾았다. 양상문 위원은 한화 한용덕 감독대행을 만나 "현진이는 언제 나오나요"라고 물어봤다. 한용덕 대행은 "4일 넥센전으로 결정됐습니다"라고 답했고, 양 위원은 "현진이가 나오는 날 시청률이 높은데…"라며 1~2일에 나오지 못하는 것에 짐짓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때 마침 류현진이 덕아웃 앞으로 어슬렁 나왔다. 류현진의 인사를 받은 양 위원은 "현진아, 왜 내일 안 나오냐"며 물었다. 류현진이 쉽게 답하지 못하자 한용덕 감독대행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 나온다고 해야지"라고 한마디했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SK전, 3일 대전 KIA전을 뒤로한 채 4일 대전 넥센전을 택했다. 4일은 한화의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시즌 내내 실망을 안기며 2년 만에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로서는 마지막 경기에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에이스 류현진 만큼 가장 확실하게 팀의 승리를 이끌고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류현진이 SK전을 피하는 이유는 시즌 마지막 경기를 장식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SK 에이스 김광현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1~2일 대전 경기에서 선발 맞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일찌감치 류현진이 먼저 대결을 포기했다. 그는 "괜히 지금 붙으면 광현이가 무리하다 다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는데 무리하면 안 된다"고 후배를 배려했다.
류현진이 SK를 피할 이유도 없다. 그는 올해 SK전 5경기에서 1승3패로 승보다 패가 많지만 평균자책점은 2.52로 수준급이다. 넥센전에는 2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77이다. 물론 후반기 SK가 전체 1위이고, 넥센이 최하위라는 점에서 류현진의 승률이 넥센전에 조금 더 높은 건 사실이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여야 한다.
지난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올해로 7년차가 됐다. 올 시즌을 마치면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그는 이미 "기회가 돼 메이저리그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바라는 대로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이날 경기가 국내에서 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등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류현진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넥센전 등판에 대해 "마지막이 아니다. 그냥 시즌 마지막 경기일 뿐"이라며 "메이저리그에 가도 이날 경기는 아직 마지막이 아니다. 나중에 다시 돌아올텐데 왜 자꾸 마지막이라고 하는가"라며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어 "탈삼진은 많이 바라지 않는다. 딱 2개면 된다. 2개만 더 잡아서 200개를 채우면 만족한다. 신기록에 도전하는 것도 아니고, 삼진보다는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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