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덕아웃에 피자 33판이 배달됐다. 30판도 아니고, 35판도 아니고, 정확히 33판. 선물의 주인공은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는 SK '초특급 불펜' 박희수(29)였다.
박희수는 추석 연휴인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피자 33판을 경기장으로 주문했다. 선수단은 물론 야구 관계자와 팬들에게도 직접 일일이 피자를 돌렸다. 그는 피자 선물에 대해 "별 의미없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선수들은 "33홀드이니까 33판이 아니냐"며 짓궂게 놀렸다.
박희수는 지난달 27일 문학 한화전에서 한국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 33홀드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6년 삼성 권오준이 기록한 32홀드를 넘어섰다. 풀타임 1군 첫 해부터 큰 일을 낸 것. SK가 선발진 붕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2위까지 치고 올라간 데에는 박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직접 33판 피자를 주문해 함께 땀흘린 동료들과 뒤에서 지원해준 관계자들 그리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선물하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특히 이날 3루측 익사이팅존에 자리한 SK팬들에게는 직접 피자를 전달했다. "추석 연휴에 대전까지 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감사의 말도 덧붙였다.
추석을 맞아 홀드 신기록 달성자로 고향을 찾은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유천초-한밭중-대전고를 거친 대전 출신의 박희수에게는 말 그대로 금의환향. 이날 그의 아버지 박종우(56)씨도 직접 대전구장을 찾아 SK 이만수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이만수 감독은 "희수 아버님께서 살도 안 찌고, 몸이 아주 근육질이시더라. 희수가 왜 근력과 지구력이 좋은지 알게 됐다"며 흐뭇해 했다.
이날 경기에도 박희수는 언제나 그렇듯 승부처에서 이만수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3-1로 리드한 7회 1사 1루. 고동진이 실책으로 출루하며 분위기가 묘하게 한화 쪽으로 넘어길 수 있는 시점. 하지만 박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오선진과 최진행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8회 2사 후 이상훈에게 몸에 맞는 볼, 이대수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며 1·3루 동점의 위기에 몰렸으나 박노민을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1⅔이닝 1피안타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 SK는 4-1로 이겼고, 박희수는 시즌 34번째 홀드를 작성했다. 홀드 신기록이 하나 더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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