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한국시리즈 제패 전까지 웃을 수 없는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10.02 10: 02

이정도면 충분히 성공적인 복귀다. 그럼에도 그는 전혀 흥분하지 않으며 평상심을 유지했다. 스스로 “별로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9년 만에 한국무대에 복귀한 이승엽(36)이 소속팀 삼성의 정규시즌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이승엽은 올 시즌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1일 현재)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4월 한 달 동안 4할 타율로 이전보다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던 이승엽은 어깨 부상에도 꾸준히 안타를 날리며 중심타선에서 활약 중이다.
1일 잠실 LG전에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소속팀 삼성의 통산 6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결정지었다. 개인기록이 아닌, 우승을 위해 삼성에 돌아온 만큼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최종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절대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승엽은 “1위를 확정짓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아직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야 무언가를 했다고 실감이 날 것 같다”며 이제부터는 오로지 한국시리즈에만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이승엽에게 한국시리즈는 아픔과 기쁨을 한 차례씩 선사한 무대였다. 2001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음에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두산에 시리즈 전적 2-4로 패했다. 2001 한국시리즈 매 경기서 안타와 홈런 3개를 때려내며 첫 우승에 도달하려 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다. 1년 뒤 삼성은 다시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LG와 맞붙은 200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이승엽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홈런포를 날리며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해에는 다시 아쉬움 속에 1년을 마무리해야했다. 2003시즌 이승엽은 아시아 최다 홈런 56개를 때려내며 한국야구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당시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승엽의 홈런이었고 이승엽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56호 홈런을 날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3위로 시즌을 마친 삼성은 4위 SK와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갔고 맥없이 시리즈 전적 0-2로 패했다. 시즌 내내 이승엽의 홈런을 보기 위해 대구구장을 가득 메웠던 관중들은 정작 포스트시즌에는 3735명 입장에 그쳤고 그렇게 삼성도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개인기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는 팀 스포츠다. 이승엽 역시 자신이 홈런을 날리는 이유는 팀의 승리를 위해서다. 때문에 이승엽에게 2003년은 대기록 달성에도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당시의 안타까움이 여전히 남았는지 올 시즌에도 이승엽은 한일통산 500홈런, 8년 연속 20홈런 등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음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승엽은 “내가 팀에 돌아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팀워크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래서 인터뷰도 줄이고 락커룸에서도 깊숙한 자리에 있었다”며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예전처럼 팀 전체에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방지했다.
결국 이승엽의 진정한 웃음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순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떠나 있는 동안 일본시리즈에 3차례 진출, 2005년 타율 5할4푼5리(11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으로 지바 롯데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 시절이었던 2008년 타율 1할1푼1리(18타수 2안타) 2득점, 2009년 타율 2할5푼(12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주춤했다.
단기전은 컨디션 조절이 조금 엇나가도 페이스를 급격히 잃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승엽이기에 “남은 시즌 개인 타이틀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한국시리즈에만 집중할 것이다”며 “한국시리즈에선 부상과 몸에 맞는 볼 같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국시리즈 제패에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