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온 한화, 진정한 리빌딩은 가능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02 10: 03

이제는 최하위 자리가 낯설지 않다. 
한화가 또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한화는 지난 1일 대전 SK전에서 1-4로 패배, 최근 5연패와 함께 남은 페넌트레이스 3경기에 관계없이 최하위 자리가 확정됐다. 지난 2009~2010년에 이어 최근 4년 사이에 3번이나 최하위가 된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롯데처럼 2010년대 초반에는 한화에게 '꼴찌'라는 수식어가 익숙해졌다. 
시즌 전에만 하더라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추락이었다. 지난해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선전으로 공동 6위에 오른 한화는 비시즌 동안 박찬호·김태균·송신영 등 해외파 슈퍼스타와 FA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도성공했다. 4강을 넘어 우승을 목표로 눈높이를 한껏 높였다. 지난해 보여준 강한 집중력과 끈기에 슈퍼스타들의 가세로 화룡점정을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이상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 현실은 너무 차갑고 냉혹했다. 4월 한 달간 대전구장 리모델링이 완공되지 않아 청주구장에서 거리-숙소 문제로 원정 같은 홈 경기를 치르며 꼬였다. 시즌 초반부터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시즌 중 3차례나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이 있을 정도로 어수선했다. 외국인선수 농사는 실패했고 결국에는 한대화 감독이 시즌 중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최하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의 추락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 성적이 나며 베테랑 선수들에 의존,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근시안적으로 팀을 운용했고 기본적인 투자는 너무 미미했다. 2년 연속 드래프트에서 5명의 선수만 뽑을 정도였다. 여기에 2군 전용훈련장이 없었고 선수들의 성장이 더뎠다. 텃밭이 제대로 안 가꿔졌는데 좋은 열매를 기대하기란 어불성설. 그에 대한 대비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 야구인은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거부터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인을 키우기보다는 외부에서 나이 많은 선수, 당장 급하게 쓸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며 팀이 정체돼 버렸다. 군입대 선수 관리 계획도 전혀 안 됐고, 다른 팀과 비교할 때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화는 지난 2009년 첫 최하위 굴욕을 맛본 후 한대화 감독을 영입하며 리빌딩을 선언했다. 당시 구단에서 한대화 감독에게 약속한 것 중 하나가 2군 전용훈련장이었다. 그러나 한 감독 임기 내에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군입대 관리 실패까지 겹쳤다. 3년 내내 선수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3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팀은 여전히 정체돼 있다. 
또 다른 야구인은 "시간을 갖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단기간에 4강 또는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그 어떤 감독이 와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다행히 한화는 오는 10월말부터 충남 서산에 지은 2군 전용훈련장에서 마무리훈련을 치를 수 있게 됐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한 건 진짜 리빌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시스템 구축, 즉 새로운 사령탑 선임이다. 새로운 감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지원과 인내가 필요하다. 한국 사정상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리빌딩은 힘들다는 점에서 가시밭길이 예고되지만 최근 몇 년 실패를 통해 한화가 깨닫은 바도 없지 않을 것이다. 모 야구인은 "야구는 그리 쉬운 스포츠가 아니다"고 했다. 원점으로 돌아온 한화가 진정한 리빌딩을 위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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