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브레이커' 고원준, 양승호 믿음 되찾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0.03 06: 34

참사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구한 건 우완 고원준(22)이었다.
자칫 안심했던 4강행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던 롯데, KIA와의 군산 3연전 가운데 앞선 2경기를 연속 완봉승으로 내주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흘렀다. 설상가상으로 2일 경기 선발로 예정됐던 이승호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선발로 나설 투수가 마땅치 않아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롯데의 선택은 고원준이었다. KIA전에 유독 강했던 고원준은 불과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했기에 3일밖에 쉬지 못했던 상황. 그렇지만 나설 투수가 롯데에는 없었다. 그래서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고원준이 3이닝만 책임져 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원준의 맞상대는 우완 윤석민, 바로 직전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둬 한창 기세가 올라와 있는 상황. 그렇지만 고원준은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일 군산 KIA전에서 4이닝동안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5회를 채우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올 시즌 롯데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경기에서 씩씩하게 던져 팀의 10-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준플레이오프 출전을 확정짓게 됐다. 2008년 이후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롯데는 강팀으로서 면모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사실 고원준은 올 시즌 롯데의 '아픈 손가락'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9승 7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 롯데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올랐으나 올해는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구속저하와 제구력 난조로 마운드에서 제 공을 뿌리지 못했고, 자기관리 실패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써야 했다.
양승호 감독 역시 평소에 "고원준은 롯데 마운드를 이끌어 갈 미래와도 같다"고 말해 왔지만 줄곧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자기관리가 안 되는 선수는 성공할 수 없다"며 따끔하게 한 마디씩 남기곤 했다. 상동 기숙사를 나와 부산 시내에서 혼자 지내던 고원준은 최근엔 다시 상동으로 들어가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그리고 9월 복귀 후 고원준은 달라졌다. 2일 경기까지 포함해 9월 이후 5경기에서 고원준은 1패 평균자책점 1.93으로 빼어난 피칭을 했다. 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난해 씩씩하게 던지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이다.
더욱이 고원준은 정신적으로도 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팀이 7연패 중이던 지난달 23일 사직 LG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연패를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데 이어 5연패에 빠져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2일 군산 KIA전도 '연패 브레이커' 역할을 충실히 했다.
양 감독은 2일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짓고 난 뒤 OSEN과의 통화에서 "그렇게 속을 썩이던 고원준이 마지막에 도와주네"라며 반색했다. 지난해 고원준과 구두내기를 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던 양 감독은 '탕아의 귀환'에 반가운 눈치였다. "3이닝만 막아 줬으면 했는데 오늘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줬다. 덕분에 오랜만에 이길 수 있었다"고 웃는 양 감독으로부터 4강 확정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롯데는 고원준의 상승세로 포스트시즌 마운드 구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고원준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 '가을야구'에서 양 감독에 보은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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