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2루만 아니면 3루 도루도 가능하다".
이미 4강 탈락이 확정된 넥센 히어로즈, 그렇지만 시즌 막판 개인타이틀 경쟁의 중심에 있다. 이미 홈런-타점왕을 예약한 4번 타자 박병호에 투수 3관왕에 도전 중인 브랜든 나이트, 여기에 유력한 신인왕 후보 서건창까지 있다.
특히 박병호는 홈런왕을 사실상 확정지은데 이어 도루 20개까지 눈앞에 둬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1일 경기까지 도루 19개를 기록 중이던 박병호에게 필요한 건 홈런이 아닌 도루, 그래서 김성갑 감독대행은 "이제 (박)병호는 출루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지금 홈런을 추가하는 것도 좋지만 더 필요한 건 도루다. 한 팀에 2명의 20-20클럽 달성자가 나오는 건 기록 아닌가. 병호가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라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여기에 김 대행은 "병호가 2루에서 3루 도루를 하는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무사 2루와 같은 상황이면 분명 본헤드 플레이다. 그렇지만 1사 2루, 2사 2루같은 경우엔 얼마든지 기록을 위해 뛰는 걸 용인할 수 있다"고 응원을 보낸 김 대행은 "만약 병호가 개인기록에만 치중하는 선수였다면 이렇게까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지난번에 한 번 도루실패를 하고 나서 내게 와 '코치님 죄송합니다'라고 병호가 사과를 하더라. 자신이 어떤 주루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대행은 박병호에 대한 팀 구성원들의 신뢰가 두텁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만약 병호가 20-20까지 기록한다면 넥센 선수전원, 그리고 스태프까지 축하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병호는 그럴만한 자격이 되는 선수"라고 미소지었다.
김 대행의 간절한 바람대로 박병호는 2일 목동 두산전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한 박병호는 곧바로 2루를 훔쳐 20-20 클럽 달성에 성공했다. 박병호의 20-20 클럽 가입은 역대 35번째 기록, 특히 한 팀에서 2명의 선수가 클럽에 가입한 건 역대 7번째 기록이다.
내친 김에 박병호는 폭투로 3루까지 달렸고, 이성열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두산 선발 노경은의 34이닝 연속 선발 무실점 기록을 중단시키는 득점이었다. 결국 경기는 1-3 넥센의 패배였지만 박병호의 발이 없었다면 영봉패를 당할 뻔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병호는 20-20 클럽 가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일단 마지막 홈경기인데 승리하지 못한 점은 아쉽고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했다.
특히 도루와 관련해서는 염경엽 주루코치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박병호는 "지난 전지훈련 때 염경엽 코치님께서 도루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계속 주신 게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조언들로 인해 주루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 같다. 염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홈런-타점왕에 이어 20-20 클럽 가입까지 달성한 박병호, 시즌 MVP를 정조준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 한 개의 도루가 화룡점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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