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배웠는가.
KIA는 지난 2일 군산 롯데전에서 2-10으로 무릎을 꿇고 4강 탈락이 확정됐다. 필승카드로 나선 윤석민이 4회 2사까지는 안타, 볼넷 없이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갑자기 조성환에게 사구를 내주며 흔들리더니 4점을 허용하고 속절없이 무너졌다. 하늘을 보며 자책하는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윤석민이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KIA의 실낱같이 희망을 이어온 역전 4강의 꿈이 산산히 조각났다. 설령 이겼더라도 남은 3경기에서 전승, 그리고 롯데가 2전 전패하리라는 보장이 없지만 내심 동료들과 선동렬 감독은 윤석민의 필승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KIA로서는 에이스를 윤석민을 내고도 무너졌다는 점이 뼈아팠다. 연승을 이어지고 연패를 끊어주는 에이스의 노릇을 못했다는 점이 그에게도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다. 아마도 선발들의 완투쇼 덕택에 이어온 팀의 4강 불씨를 완전히 꺼버렸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 무겁게 했을 것이다.
윤석민은 이날 시즌 10승 자존심에 도전했다. 그러나 4강의 희망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등판이 주는 부담감이 컸다. 초반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 앉은 이유가 됐다. 2점대 방어율에서 3점대 방어율(3.12)로 미끌어졌다. 윤석민은 남은 삼성과의 주말(5~6일) 2경기 가운데 등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0년 사구로 생긴 롯데의 징크스를 씻을 기회도 놓쳐버렸다. 이후 롯데전에서는 부진한 투구를 이어가면서 단 한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초반에는 완벽한 투구로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듯 했으나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것도 그에게는 아쉬웠을 것이다.
결국 그는 2011시즌 투수 4관왕의 위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윤석민에게 이날 경기는 여러가지 교훈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에이스 자리가 주는 부담, 문제를 극복하려는 근성과 의지력, 팀의 중심이 되는 방법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숙제를 안게됐다. 이날의 실패가 또 다른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인지는 그의 몫이다. 윤석민은 아직 27살의 혈기왕성한 투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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