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ACL 독주, 대항마는 동亞의 자존심 '울산'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10.03 10: 04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결승행은 확정됐다. 대항마는 울산 현대뿐이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4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 리야드에 위치한 프린스 파이살 빈 파흐드 스타디움서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알 힐랄(사우디)와 원정경기를 갖는다. 1차전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던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준결승행이 확정된다.
1차전에서 승리를 했지만 울산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경기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그리고 중동 특유의 더운 기후가 선수단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 또한 적극적인 관중들의 응원도 걱정거리다. 김 감독도 "상대 홈에서의 많은 관중들의 응원과 기후 적응이 부담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울산은 패배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8강에 오른 유일한 K리그 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게다가 사우디의 독주를 막아야 하는 사명까지 생겼다.
2일과 3일 열린 나머지 8강전의 결과로 반대쪽 대진에서 사우디의 두 구단이 준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알 이티하드와 알 아힐이 준결승에서 격돌하게 된 것. 알 이티하드는 중국의 신흥 강호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물리쳤고, 알 아힐은 이란의 세파한을 손쉽게 꺾고 올라왔다. 즉 사우디는 자동적으로 결승 진출 팀을 배출하게 됐다.
알 이티하드와 알 아힐의 준결승행은 울산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알 힐랄도 사우디라는 점은 거슬린다. 만약 울산이 알 힐랄에게 2점 차로 패배할 경우 준결승행 티켓은 알 힐랄의 차지가 된다. 그럴 경우 결승에서 사우디 팀간의 격돌 확률은 50%나 된다.
문제는 준결승에서 상대할 애들레이드(호주) 혹은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의 전력이 두텁지 못하다는 것이다. 애들레이드는 지난 시즌 호주 A리그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부뇨드코르는 예전 만큼의 강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알 힐랄은 사우디 준국가대표라 불릴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 대항마는 울산뿐이다. 울산은 K리그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는 전통의 강호로, 애들레이드와 부뇨드코르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한다.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의 병행으로 3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 저력은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울산은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팀들이 모두 탈락한 가운데 울산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남은 팀이 됐다. 즉 이제부터는 동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는 존재가 됐다.
지난 시즌 서아시아(카타르)의 오일머니에 뺏긴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를 다시 동아시아로 찾아올 유일한 대항마인 울산이 사우디 원정에서 승전보를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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