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김성한·한대화 감독님께 감사하다".
'스나이퍼' 한화 장성호(35)가 보름 간격으로 의미있는 대기록을 연이어 세웠다. 지난달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역대 3번째이자 최연소 2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뒤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역대 9번째로 1000타점 고지를 밟았다. 2000안타-1000타점은 양준혁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성호는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고맙고 KIA 시절 앞에서 많은 타점 찬스를 만들어준 (이)종범이형과 (이)용규에게도 고맙다"며 3명의 스승도 떠올렸다. 김응룡·김성한·한대화 감독이었다.
▲ 믿고 기회를 준 김응룡 감독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 1996년 2차 1번 전체 6순위로 해태에 지명된 장성호는 데뷔 첫 해부터 고졸 신인으로 71경기 뛰었고, 2년차가 된 1997년부터 100경기 이상 뛰는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고졸 1~2년차에도 우승팀 해태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는 9년 연속 3할 타율을 치며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성장했다. 1~2년차 때부터 1군에서 많은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부여받은 게 성장 밑거름이었다.
그때 그에게 기회를 준 이가 바로 김응룡 감독이었다. 장성호는 "아무 것도 보여준 게 없는 내게 김응룡 감독님이 많은 기회를 주셨다. 지금도 뭘 믿고 기용하셨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원래 왼손 타자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며 "김응룡 감독님 덕분에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경험을 쌓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 2000안타와 1000타점을 쳤으니 그 분의 선수 보는 안목이 정말 뛰어나신 것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 외다리 타법 전수한 김성한 감독
장성호하면 역시 외다리 타법이다. 오른 다리를 힘차게 들어올리는 그의 경쾌한 외다리 타법은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 그에게 처음으로 외다리 타법 전수한 이가 바로 김성한 전 KIA 감독이었다. 보통 외다리 타법은 한 방 노리는 장타자들이 즐겨 쓰는 폼. 하지만 장성호는 특유의 선구안과 배트 스피드를 앞세워 외다리 타법으로도 놀라운 정확성을 자랑했다. 장성호의 입단에 앞서 은퇴하며 자리를 비워준 김 감독이 또 하나의 큰 선물을 한 것이다.
장성호는 "2년차 때 전반기가 끝난 뒤 당시 타격코치를 맡으셨던 김성한 감독님이 외다리 타법을 제안하셨다. '너무 안 맞으니까 다리를 한 번 들어서 쳐보라'고 하셨는데 그게 지금까지 오고 있다.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이 내게 딱 맞는 폼이었다. 3년차 때부터 외다리 타법에 완전히 적응해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외다리 타법이 자리 잡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장성호는 9년 연속 3할 타율을 터뜨리며 김성한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 죽어갈 때 살려준 한대화 감독
마지막으로 장성호가 가장 고마워한 스승은 한대화 전 한화 감독이었다. 2009년까지 14년을 KIA에서 뛴 장성호는 그해 시즌을 마친 뒤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FA 대우를 받지 못했고, 팀에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은퇴를 불사하며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그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팀이 바로 한화였다. 한대화 감독이 강력하게 요청했고, 2010년 6월8일 3대3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장성호는 "야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를 때 나를 살려주신 분이 한대화 감독님이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한 감독님 덕분이다. 어려운 순간 도와주셨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감독은 지난 8월말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 퇴진했다. 장성호는 "전화를 드렸는데 받지 않으시더라. 시즌 끝나면 연락을 드리고 찾아 뵙겠다"고 했다. 비록 팀을 떠났지만 한 번 은혜를 입은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었다.
한 감독의 구원의 손길 덕분에 은퇴 직전에서 살아난 장성호는 역대 두 번째 2000안타-1000타점 대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양준혁 선배 기록까지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다. 매경기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며 "한 때 은퇴 고민했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의지를 다졌다. 한대화 전 감독은 장성호의 양준혁 기록 도전에 대해 "갖고 있는 타격 기술이야 워낙에 좋기 때문에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력만 유지한다면 2시즌 반이면 양준혁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목표를 갖고 얼마나 강한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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