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년차 좌완 유망주 유창식(20)은 지난 1일 대전 SK전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111개의 공을 던지며 8개의 삼진을 잡았다. 7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그런데 하마터면 이날 유창식은 크게 혼날 뻔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그날 창식이가 6회까지 99개까지 던졌다. 6회를 마치고는 '힘들어 못 던지겠습니다'라고 하더라. 솔직히 좀 화가 나더라. 아직 새파란 선수인데 얼마나 던졌다고 힘들어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말하지 않고 송진우 투수코치를 통해 7회까지 더 던져라고 지시했다"고 떠올렸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창식은 최윤석을 삼진 잡는 등 12개의 공으로 가볍게 삼자범퇴 막았다. 자신의 한계를 넘은 순간이었다. 그는 통산 22차례 선발등판 중 100구 이상 던진 게 5경기밖에 되지 않는데 그런 점에서 111구 피칭은 의미가 있었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창식이는 하드웨어가 정말 좋다. 타고난 조건이 뛰어나고, 앞으로 우리 한화를 짊어지고 이끌어나가야 할 미래의 에이스"라고 치켜세웠으나 "지금보다 정신력이 더 강해져야.한다. 조금만 던져도 힘들다거나 아프다고 하면 안 된다. (류)현진이처럼 매해 많이 던졌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겠지만 창식이는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유창식은 데뷔 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점점 잠재력 뽐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강한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한계에 부딪쳐야 한다는 게 한용덕 대행의 뜻이었다. 한 대행은 "스스로 한계를 극복해야 성장할 수 있다. 투구수가 많고 힘들어도 그 상황에 경기 풀어나가는 법을 깨달아야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다"며 "만약 우리팀 자원이 넉넉할 때 그런 말을 했다면 아예 푹 쉬어라고 말했을 것이다"는 말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돼 계약금 7억원을 받고 화려라게 입단한 유창식은 올해 5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이 진입했다. 올해 27경기 6승8패1홀드 평균자책점 4.77.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성장한 모습으로 내년을 기대케 만들고 있다. 스스로도 "이제는 조금 감이 잡힌다. 내년이 기대된다"고 말한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창식이는 거듭 말하지만 우리 한화의 꿈나무다.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며 포크볼 등 다른 구종을 연마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지금 갖고 있는 걸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공만 자기 것으로 확실하게 던지면 타자들이 쉽게 못 칠 것"이라며 유창식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기대를 나타냈다. 다만 여기에 더 강한 정신력까지 더해지면 그와 한화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이라는 확신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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