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 잡은 승리 놓쳤지만 미소는 잃지 않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10.04 06: 59

"올 시즌 들어 처음 입는건데".
안익수 감독은 빙그레 웃었다. 말 그대로였다. 평소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벤치를 지키던 안 감독의 옷차림이 달라져 있었다. 위아래 모두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긴장도 스트레스도 벗어버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부산은 주전 선수 4명이 결장한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경기를 치러야했다. 상대 전북 역시 경고 누적으로 인해 4명의 선수가 결장했지만 부산과 달리 스쿼드에 여유가 있었다.

경기 전 만난 안 감독은 선수 명단을 가리키며 "이것이 우리의 오늘 경기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주전 4명이 한 번에 결장하자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벤치 명단에 리저브 선수인 김지민과 윤영노, 구현준까지 끼워넣어야할 정도였다.
안 감독은 "대체 자원으로 써넣은 이름들이 아니다. 선수가 없어서 넣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없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나는 어조였다.
하지만 처음 꺼내입은 트레이닝복처럼 안 감독은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안 감독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는 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담을 버리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덕분일까. 이종원과 맥카이, 박종우 등 주전 미드필더가 모두 빠진 중원에서도 부산은 투지를 불살랐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한윤, 이성운 같은 노장들의 활약도 빛났다.
결과는 2-2 무승부였다. 후반 34분까지 리드를 지키고 있던 터라 승리에 대한 욕심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을 테지만 안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우선으로 쳤다.
안 감독은 경기 후 "이기지는 못했지만 좋은 과정을 만들어가는 부분이 됐다. 우리 자원의 풍부함을 찾는데 의미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좋은 과정'과 '내일'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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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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