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달려온 서건창(23, 넥센 히어로즈)이 노력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까.
서건창은 지난 3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12 팔도 프로야구' MVP 및 신인왕 후보 발표에서 신인왕 부문에 박지훈(KIA), 이지영(삼성), 최성훈(LG)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넥센에 테스트를 받고 들어와 눈에 띄지 않던 서건창은 김민성의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 2루수 자리를 꿰차면서 관심을 받았다. 개막전 첫 안타가 결승타가 된 것이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이자 그가 올 시즌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후로 서건창은 시즌 종료를 2경기 남겨놓은 2일 기준 125경기에 출장해 424타수 114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3루타 1위(10개), 도루 2위(39개), 득점 8위(70점), 결승타 팀내 공동 1위(8차례) 등 타이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번 신인왕 후보들 중 유일하게 규정 타석(이닝)을 채웠다.
3일 후보가 정식 발표된 뒤 서건창은 "생각보다 무덤덤하다"고 했다. 발표되기 전부터 '신인왕이 매우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비슷한 인터뷰를 수십 차례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건창은 "아직 생각해볼 때가 아니다. 2경기 남았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경기만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신인왕 후보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봤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들도 그때 알았다. 유력한 경쟁자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 하기에 너무 바빠서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신고선수 입단, 방출, 현역 입대, 다시 신고선수 입단의 과정을 거쳐온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려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살아남기 때문이었다. 가끔 다른 선수들에 대해 물어볼 때, 상대투수가 아니라면 그는 잘 몰랐다. 그가 경쟁자를 꼽을 수 없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다만 MVP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답했다. 서건창은 "다른 분들도 다 잘하셨지만 (박)병호 형이 기록적으로나 팀 기여도 면에서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것 같다.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건창의 올 시즌 1장이 '우여곡절 스토리'였다면 시즌 중반 이후 2장은 '풀타임 첫 해'와 '신인답지 않은 기량'이었다. 야구만 생각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올 시즌. 그가 올 시즌 마지막 장은 어떤 이야기로 끝맺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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