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수(24, 알 힐랄)가 또 침묵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현대는 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사우디 리야드에 위치한 프린스 파이살 빈 파흐드 스타디움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서 하피냐의 2골과 김신욱, 이근호의 헤딩 추가골에 힘입어 알 힐랄(사우디)을 4-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1, 2차전 합계 5-0(1-0 4-0)의 완승을 거둔 울산은 4강행을 여유있게 확정지었다.
1차전서 0-1로 패했던 터라 2골 차 승리가 필요했던 알 힐랄은 공격 첨병 유병수를 지난 1차전에 이어 2차전서도 깜짝 선발 출격시켰다. 하지만 1차전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던 유병수는 이날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홈에서 소속 팀의 8강 탈락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지난달 19일 울산 문수경기장서 열린 ACL 8강 1차전. 유병수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발 출전해 14개월 만에 한국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알 힐랄이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유병수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울산의 압박에 고전하며 최전방 공격수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코너킥서 두 차례 헤딩 슈팅을 날렸지만 굳게 닫힌 울산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결국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후반 32분 야세르 알 콰타니와 교체아웃되며 자국에서 0-1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절치부심했다. 지난달 29일 알 라에드와 경기서 전반 11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후반 9분 추가골을 작렬, 6-0의 대승을 이끌었다. 유병수는 울산과 일전을 위해 후반 22분부터 체력을 비축했다.
4강 진출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울산에서 당한 패배의 아픔을 홈에서 씻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2골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병수의 앞을 가로막아선 최강희호의 캡틴 곽태휘와 국가대표 출신 강민수의 벽은 쉽게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병수는 둘의 제공원에 압도당했고, 그림자 같은 끈질긴 수비에 막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행여 드리블 돌파에 성공할 때면 지능적인 파울을 당해 흐름을 끊기기 일쑤였다.
와중에 전반과 후반에 각각 2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6골이 필요했다. 유병수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울산의 골문을 두들겼지만 결국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알 힐랄이 K리그 득점왕에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다. 유병수는 1, 2차전서 잇달아 선발출장했음에도 불구,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결국 유병수는 홈에서 소속 팀의 씁쓸한 탈락을 지켜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야 했다.
한편 울산은 애들레이드(호주)를 꺾고 준결승에 올라온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결승행을 노리게 됐다.
울산은 오는 24일(원정)과 31일(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준결승전 1,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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