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장면을 TV로 봤다. 많이 걱정되더라”.
전역하자마자 곧바로 1군 무대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일 경찰청을 제대하고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로 복귀한 우타 외야수 민병헌(25)이 팀의 포스트시즌 히든카드가 될 것인가.
2006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민병헌은 첫 해 17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비춘 뒤 2007시즌 팀의 주전 우익수로 출장하며 119경기 2할4푼4리 3홈런 31타점 30도루로 활약, 이종욱-고영민과 함께 육상부 3인방으로 활약했다.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당시 SK 김성근 감독은 민병헌에 대해 “송구 정확도는 우리 팀 이진영(현 LG)보다 더 나은 것 같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시즌 1할9푼4리 18도루에 그치며 엄지 골절상으로 시즌을 접은 민병헌은 2009, 2010시즌 주전보다는 백업이 익숙한 모습을 보인 뒤 2010년 말 군에 입대했다. 1군 요원이기는 했으나 들쑥날쑥한 출장 기회를 얻는 것보다는 미리 대한민국 남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의 생각이었다.
경찰청에서의 2년 간 민병헌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3할7푼3리의 타율로 퓨처스리그 북부 타격왕이 된 민병헌은 올 시즌 후반기 부상이 겹쳤음에도 83경기 3할4푼2리 6홈런 51타점 24도루(4일 현재)로 호타준족 면모를 보여주며 경찰청의 북부리그 공동우승(상무)에 기여했다. 출루율도 4할3푼5리로 높았고 장타율도 5할3푼5리로 뛰어났다. 2루타를 한 개 더 친 사이클링히트도 한 차례 기록한 민병헌이다.
당초 두산은 시즌 후 신생팀 NC에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 1명을 내줘야 하는 만큼 민병헌을 다른 군 제대 선수들처럼 내년 정식등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전 우익수인 정수빈이 지난 9월 30일 잠실 LG전에서 자신이 친 타구를 얼굴에 직격당하는 불의의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되고 말았다.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로 공헌하던 정수빈의 부상으로 인해 고심하던 김진욱 감독은 “민병헌을 시즌 막판 두 경기에 출장시켜 감을 익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민병헌을 포스트시즌 전력으로도 투입하겠다는 일종의 복선이다.
“수빈이 다치는 장면을 TV로 봤어요. 에휴, 그렇게 많이 다칠 줄은”. 정수빈의 부상 당시 말년 휴가를 받아 집에 있던 민병헌은 정수빈의 부상 정도가 꽤 심각하다는 이야기에 한숨을 지었다. 내년 외야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 후배였으나 큰 부상을 당한 만큼 근심이 가득한 민병헌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당장 팀이 직면한 위기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민병헌은 “만약 팀에서 출장 기회를 부여한다면 팀 승리를 위해 전력으로 뛰겠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다. 타격 시 엉덩이가 빠지고 손목이 내려가던 단점도 고쳤다”라며 각오를 불태웠다. 경찰청에서 꾸준한 출장 기회를 얻으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 면모를 보여준 민병헌이다.
비록 퓨처스리그이기는 하지만 2시즌 동안 고타율을 자랑하며 선구안에서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민병헌이다. 더욱이 올 시즌 내내 전체적인 기동력 저하로 고민하던 두산에 통산 도루 성공률 77.7%(121번 시도, 94회 성공)로 탁월한 도루 능력을 자랑하는 그린 라이트 주자가 가세한다. ‘히든 카드’ 민병헌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행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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