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각되기 위해서는 득점을 하거나, 확실한 득점을 해주는 선수가 있어야...".
이승기(24, 광주)는 될성부른 '떡잎'이다. 지난 시즌 신생팀 광주 FC서 데뷔,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상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 이승기는 고무열(22, 포항)과 치열한 접전 끝에 신인상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승기의 활약은 데뷔 시즌에 그치지 않고, 이번 시즌에도 2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이승기를 신인상에 추천했던 이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도움 10개는 엄청난 기록이다. 4일 현재 이승기는 도움 순위에서 4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2위 김형범(대전)과 도움 갯수 차이는 없다. 단지 출전 경기가 좀 더 많아 순위에서 밀렸을 뿐이다. 이승기보다 높은 순위에는 몰리나(서울)와 김형범, 에닝요(전북) 등 수준급의 공격수들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승기의 도움 10개는 값어치가 남다르다. 이승기 위의 선수들에게는 데얀(몰리나)과 케빈(김형범), 이동국(에닝요) 등 12골 이상을 터트려주고 있는 특급 파트너들이 있다. 하지만 이승기가 속한 광주에는 득점 순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승기가 도움 10개를 기록한 건 남다른 패싱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K리그 34라운드에서 이승기를 상대한 유상철 대전 감독은 "승기는 기량도 있고 경기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역할을 잘 수행하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속팀 최만희 광주 감독도 "감각이 있다. 특히 여러가지 포지션에 기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재능이 좋다. 공을 잡으면 쉽게 뺏기지 않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선수 이승기에 대해 아는 이는 드물다. 명성만 놓고 비교한다면 몰리나와 김형범, 에닝요 등에 한참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유상철 감독은 "좀 더 부각이 되기 위해서는 득점을 하거나, 확실한 득점을 해주는 파트너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을 했다.
능력 있는 파트너를 갑자기 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다. 결국 지난 시즌과 같이 득점력을 키우는 것이 이승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광주를 승리로 이끄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는 이승기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A대표팀에서도 통용된다.
이승기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최근 소집된 A대표팀에서 계속 살아 남기 위해서도 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기는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잘 따르고 어필을 한다면 계속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골이 되지 않을가 싶다"며 "크로스와 패스처럼 공격적인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골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주말 35라운드에서 상주와 경기(기권패 처리)가 예정되어 있어 4일부터 7일까지 휴식을 취한 후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이란으로 떠난다. 과연 이승기가 4일 동안의 휴식기간 동안 자신의 장점과 득점 본능을 최대한으로 키워서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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